이남기 <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leeng@ftc.go.kr >

스포츠만큼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관중은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 ''파이팅''을 외쳐대고 선수는 자신의 한계를 넘나들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들.

필자는 스포츠경기를 볼 때마다 아주 평범한,그러기에 보편적이라고 믿는 ''경제원리''들을 발견하곤 한다.

자신의 온갖 기량을 발휘해 승패를 다투는 프로 스포츠는 일반 경제시장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프로선수들은 자기 자신이 CEO(최고경영자)인 1인 기업으로서 팀이라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스피드 체력 조직력 등의 생산요소를 기초로 다른 팀과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우승 팀은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지만 패한 팀은 다음해를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구 축구 야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에 외국선수의 수입이 허용됐다.

당초 키 크고 힘 좋은 외국선수 때문에 우리 토종선수들이 기를 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필자가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훨씬 향상됐음을 느끼고 있다.

아마 외국선수한테 지지 않으려고 피땀 흘려 연습한 결과이리라.

이와 반대로 박찬호 박세리 김미현 등 우리 선수들도 세계무대로 나아가 세계 최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겨루고 있다.

역시 스포츠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선수(기업)들의 실력도 향상되고 관중(소비자)도 만족한다는 경제원리가 지배하는 모양이다.

한때 럭키치약이 독점하던 때에는 한 가지 맛과 향의 하얀색 치약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치약을 짤 때면 시커먼 때가 묻어나곤 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수입개방이 되자 럭키치약은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

이제 소비자는 세계화·정보화로 인해 더 이상 국내 상품의 수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더 높은 수준의 스포츠경기,더 질 좋고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우리가 세계무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