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상환에 대한 비관적인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 실행기관에 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갚아야 할 공적자금 부채는 올해 2조9천억원, 2002년 10조원, 2003년 27조3천억원, 2004년 21조1천억원, 2006년 50조원 등 2008년까지 1백40조원이다.

지금까지 자산관리공사는 21조5천억원을, 그리고 예금보험공사는 12조1천억원을 회수했다.

정부가 파악하는 국가부채는 2000년 말 1백18조원인데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갚아야할 공적자금 부채 1백40조원에 대한 회수에 실패할 경우 갚지 못한 원금은 국가부채가 된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1백18조원은 우리나라 GDP대비 23%로 선진국에 비해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정은 1999년말 기준으로 향후 14년간만 지속 가능할 정도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액면가 기준 35조원에 상당하는 출자주식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큰 변수인데, 이것은 주식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비롯한 국내외시장은 정부의 태도에 반응한다.

공적 자금이 더 필요한데도 국민에게 송구스러워 말을 못하고 상환대책은 막연하다면,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또 조 단위의 공적자금 부채를 수년 내에 갚을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우리 경제는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우리 경제가 건실한 성장으로 공적자금을 최대한 상환할 수 있으려면, 상환하려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첫째,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된 곳에 추가투입은 없다는 ''원샷 투입원칙''을 세워야 한다.

30조원이 투입되고 또 40조원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계기가 된 대우는 경영진의 분식회계가 드러났다.

대한생명의 경우 전 경영진이 공금횡령, 수출서류 위조 등으로 부실화돼 2조원이 투입된 이후 1조5천억원의 추가 투입요구가 있었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원샷 투입원칙으로 이번이 회사를 살릴 마지막 기회이며,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완전히 불식시켜 건전 경영으로 상환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공적자금의 투입이 예외적인 상황이 되도록 해서 공적자금의 수혜를 입는 것에 편익만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일본 대형은행들의 경우 공적자금의 수혜를 입는다는 것은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기회비용부담을 갖고 있었다.

경험적으로 도덕적 해이는 공적자금량에 비례한다.

너도 나도 공적자금을 받고 있는 상황, 또 회사채가 신속 인수되고 자체 상환규모가 20%로 획일화되는 상황에서 누가 자구노력을 특별히 더 하려고 하겠는가.

셋째, 3월부터 1백명 이상의 전문가를 동원해 특감을 벌이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기업별로 구체화해 발표하길 기대한다.

대대적인 감사인 만큼 탄탄한 인적 조직으로 ''자료 수집이 어렵다''''은닉재산을 알 수 없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 번 예금보험공사는 위법.위규행위로 금융기관 빚을 갚지 못했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소송제기 재산압류 등을 통해 국고에 넣는 방법으로 회수하겠다고 했다.

공적자금 상환은 결국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가피한 실패는 명백히 밝힘으로써 시장이 자원을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판단자료로 삼도록 해야 한국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효율적 자원배분환경이 조성되며, 공적자금 투입대상이 된 기업들은 자구노력으로 어떻게든 상환하려는 동기가 생기게 된다.

설화에 수로 부인을 납치한 바다에 사는 괴물 얘기가 있다.

이 괴물은 무서워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많은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했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몰려가 수로 부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이에 의해 수로 부인은 구출된다.

우리 경제도 시장의 감시기능 여하에 따라 구출될 수 있다.

ljongeun@sejong.ac.kr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런던대 경제학 박사 △런던대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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