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 美 국무장관 >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특별한 친교를 유지해 왔다.

정치와 안보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구축돼온 양국의 유대관계는 역사와 이해관계 가치 등에 기초한 뿌리 깊은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지정학으로 상당히 위험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인근 아랍 국가들보다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는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에 놓여 있다.

1991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웃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마드리드 회담에서 중동평화와 화해를 강조했다.

그 후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뤄져 왔다.

지난 93년 백악관에서 향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정의 토대가 된 원칙이 선언됐고 94년에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평화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은 결코 영구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들은 모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이다.

올해초 부시 행정부는 중동 평화의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진 상황에서 출범했다.

최근 중동에서는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난 수년동안 구축해온 신뢰와 희망이 거의 붕괴된 상태다.

총알과 폭탄이 대화를 대신하게 됐고 서로를 헐뜯고 상처주는 행동만이 오고가고 있을 뿐이다.

''협상''이란 건전한 수단은 이제 시야에서 사라졌다.

중동의 험악한 기류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모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칠대로 지친 양측이 모두 자신들의 미래에 관련된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적 협상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고 팔레스타인측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스라엘과 평화적으로 양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부정적''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중동 평화의 꿈이 스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중동의 평화협상을 도출하기 위한 어떤 ''마법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힘같은 것은 없다.

또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특정 해결방안을 고집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최소한 중재자로서 평화를 위한 단계적인 지침을 제시할 수는 있다.

양측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사태를 끝내는 일이다.

폭력은 모두를 파괴하는 일이며 타협의 가능성을 말살시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 지도자들은 폭력을 포기할 책임이 있다.

다음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간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중동 평화협상이 표류할 경우 이는 더 큰 비극만을 자초할 뿐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 말고는 평화를 위한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일방적인 행동이나 조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중동 분쟁은 제3자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이스라엘측이 봉쇄한 팔레스타인 지역내 경제활동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 수준의 신뢰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적극적인 경제협력 조치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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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최근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주최한 모임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