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를 애도하는 조문단을 파견키로 결정,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간에 조문사절단이 오가게 됐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 인사들의 사망소식에 조의문을 전달한 적은 있으나 조문단을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4년 1월 문익환 목사가 사망했을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 명의로 ''문 목사를 잃은 것은 우리 민족에 있어서 큰 손실''이라는 조전(弔電)을 보냈다.

또 범민련 북측본부 백인준 의장 명의로 이영덕 당시 통일원 장관에게 조문단 파견을 제의했으나 우리 정부가 거절해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은 2000년 1월 김양무 범민련 남측본부 상임의장과 2월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 권낙기 대표의 부인인 이옥순씨가 사망했을 때도 범민련 북측본부, 민화협, 비전향장기수 구원대책 조선위원회 등 북한내 단체 명의로 조의문을 발송했었다.

반면 북한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7월 남측에서 ''조문파동''이 빚어졌으나 재야인사 등의 방북을 우리 정부가 허용하지 않아 조의문이나 조문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하지 못했다.

다만 미국 영주권자인 박보희 세계일보 사장이 우리 정부의 승인없이 조문한 적은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조전과 조문사절단을 보내기로 한 배경은 최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와의 사업을 계속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