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선배의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고 체인형태로 운영되는 대형 횟집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선배의 아이가 있어 벽이 있는 맨 안쪽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었다.

공휴일인 탓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 조금 어수선하고 시끌시끌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런 소란스러움 가운데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였다.

음식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나온 가족 손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어른들과 젊음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제집 안방처럼 큰소리로 얘기하며 연기를 내뿜었다.

주변에 개의치 않고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주눅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각종 유해물질로 가득찬 담배를 언제 어디서나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법을 제정하고도 강력하게 집행하지 않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미성숙한 시민문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지쳐 잠든 아이를 데리고 매운 눈을 비비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법은 일정 좌석 수가 넘는 대형 음식점 등에서는 흡연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법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채 자신의 권리를 건강하게 누리는 성숙함이 자리잡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병호 < 서울 강북구 미아3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