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30분 은행연합회 빌딩 앞.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던 이곳은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건물 주변엔 전경들이 출입자들을 일일이 통제했다.

회의장인 14층에는 엘리베이터를 제외한 모든 출입구가 폐쇄됐다.

이날 안건은 현대 삼신 한일생명 등 3개 생명보험사의 처리 문제와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문제.

특히 생보사 문제는 자칫하면 직장을 잃게 될 해당회사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됐던 자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 시작 직후 3백여명의 보험사 직원들이 몰려와 ''구조조정 결사반대'' ''고용안정'' 등을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용케 전경들의 방어막을 뚫고 14층 회의실 앞까지 들어왔다가 끌려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밖의 열기(?)와는 달리 정작 회의장 안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회의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8명의 위원 중 진념 부총리는 다른 회의 일정 때문에, 강금식 성균관대 교수는 지방출장 때문에 불참했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회의시작때 잠깐 얼굴을 비치고 자리를 떠났다.

물론 다른 회의 때문이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2시간쯤 자리를 지키다 자리를 떴다.

이렇게 되니 회의가 진행될리 만무했다.

박승 위원장과 민간위원 3명으로는 의결 정족수도 안됐다.

생보사 처리문제는 유보됐고 수협문제도 보고만 듣고 끝내야 했다.

이같은 회의 상황을 지켜본 기자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 정부가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것도 이처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는 통상 5∼6시간씩 계속돼 왔다.

때문에 오후 5시에 진 부총리와 이 금감위원장이 참석하는 정.재계 간담회가 있었다면 둘중의 하나는 일정을 조정했어야 했다.

그것도 어려웠으면 일정을 재조정하는게 맞다.

"위원회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데 공적자금의 집행과 관리과정은 과연 어떨까"라는 우려가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