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울음을 삼켜본 이들은 안다.

목가에 걸린 그 울음의 더미가 가하는 통증을,숨막히는 고통을.쏟아내지 못한 슬픔은 그대로 울혈져 심장을 조이고 할퀴어댄다.

멜로물 "선물"(감독 오기환.제작 좋은영화)은 치미는 슬픔을 내놓는 대신 꼭꼭 눌러담는 영화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포착해 안으로 삭여야하는 고통과 소리없는 통곡에 촛점을 맞춘다.

아내(이영애)는 아프다.

밤마다 토해내는 신음을 남편이 들을까 각방을 쓴다.

약은 화장품통속에 숨겨뒀다.

무명 개그맨인 남편,남에게 웃음을 주어야 하는 남편에게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죽음의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아내는 앨범을 뒤적이며 삶을 뒤적인다.

남편은 모른다.

갑자기 잠자리를 따로 하자거나 부쩍 바가지가 심해진 아내가 이상할 뿐이다.

화장품이 그렇게 많아진 것도 불만이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의 병을 알게된다.

고아로 자라,시부모의 핍박을 받고,하나뿐인 아이마저 먼저 땅에 묻어야 했던 아내,그 아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니.남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옛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기로 한다.

"정통멜로"를 표방한 "선물"은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린다는 목표에 충실히 도달한다.

남편을 위해 아프지도,슬프지도 않은 척 하는 착한 아내와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데도 남을 웃겨야 하는 착한 남편.두사람에게 주어진 얄궂은 운명은 그 자체로 안타깝다.

이영애의 슬픈 연기역시 관객을 울리는데 꽤 효과적이다.

쥐면 스러질 듯 가녀린 그가 그 해맑은 얼굴로 눈물을 터뜨린다니,생각만해도 울컥해지는 터다.

이정재도 성실히 연기했다.

마지막 개그 콘테스트 장면은 비통함의 절정이다.

죽어가는 아내가 관객석에 앉은 가운데 남편이 마임으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엮어보이며 푸치니 오페라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에 입을 맞춰 눈물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눈물을 참기 힘들다.

단점은 "정석"을 밟았다는 것이다.

기존 멜로물에서 사용됐던 관습적이고 전형적인 기호들이 많이 보인다.

시한부 소녀앞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던 "라스트 콘서트"나,죽음을 앞둔 아들이 아버지를 살뜰히 챙겨주던 "8월의 크리스마스",아내를 남겨두고 남편이 시한부 인생을 살던 "편지",첫사랑의 "비밀"을 풀어낸 "러브레터"들을 떠올릴 만 하다.

확실한 눈물을 담보하는 기호들을 적절하게 엮어냈지만 창조적 변형이나 상투성을 극복하려는 고민의 흔적을 찾긴 어렵다.

"인생의 아이러니"라는 매력적인 상황을 깊숙히 꿰뚫고 통찰하는 대신 눈물을 자아내는 배경으로만 세워둔 점도 아쉽다.

남편이 어린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도 영 석연치 않다.

추억의 메신저로 등장한 사기꾼 학수(권해효)학철(이무현)콤비의 코믹연기는 작품에 유쾌한 색깔을 입히지만 종종 감정의 조응을 가로막기도 한다.

특별출연한 개그맨 백재현씨가 개그감독을 맡았고 전문 마임연출가인 남긍호씨가 마임을 지도했다.

노르웨이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이 들려주는 주제곡도 감미롭다.

24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