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 별세] 각별한 부부애 주변 울려
현대중앙병원 18층에 12년째 입원중인 부인을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변 여사도 남편과 만나고 나면 상태가 호전될 만큼 부부간의 정이 각별해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측근들과 의료진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변 여사는 이토록 지극한 남편의 "늦깎이" 애정에 보답하듯 생명을 이어왔다.
그 덕분인지 변 여사는 협심증 등으로 장기 입원해 늘 호흡기를 달고 살아 왔지만 작년부터는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산책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인이 한때 중앙병원에서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내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말에 변 여사의 거처를 자택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변 여사가 악화된 기관지를 치료하기 위해 항상 호흡기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병원을 떠나서는 곤란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당시 청운동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는 홀로 남아 힘겨운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변 여사.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변 여사는 남편의 온기가 사라진 현실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물론 유족들은 변 여사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고인의 사망사실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한 측근은 "정 명예회장이 숨을 거둔 사실을 알게 되면 변 여사도 영향을 받게 될까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여사가 남편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는 듯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평소와는 다른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22일 새벽 그의 병실에 들렀던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변 여사는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조용한 내조로 일관해 재계에선 "조강지처"의 표본으로 회자되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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