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 장기요양에 들어간 이후 같은 병원에 함께 입원해 있던 부인 변중석(邊仲錫.81) 여사를 매월 한번씩 찾았다고 한다.

현대중앙병원 18층에 12년째 입원중인 부인을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변 여사도 남편과 만나고 나면 상태가 호전될 만큼 부부간의 정이 각별해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본 측근들과 의료진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변 여사는 이토록 지극한 남편의 "늦깎이" 애정에 보답하듯 생명을 이어왔다.

그 덕분인지 변 여사는 협심증 등으로 장기 입원해 늘 호흡기를 달고 살아 왔지만 작년부터는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산책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인이 한때 중앙병원에서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내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말에 변 여사의 거처를 자택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변 여사가 악화된 기관지를 치료하기 위해 항상 호흡기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병원을 떠나서는 곤란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당시 청운동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는 홀로 남아 힘겨운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변 여사.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변 여사는 남편의 온기가 사라진 현실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물론 유족들은 변 여사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고인의 사망사실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한 측근은 "정 명예회장이 숨을 거둔 사실을 알게 되면 변 여사도 영향을 받게 될까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여사가 남편의 사망소식을 알고 있는 듯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평소와는 다른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22일 새벽 그의 병실에 들렀던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변 여사는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조용한 내조로 일관해 재계에선 "조강지처"의 표본으로 회자되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