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남긴 거의 유일한 재산(주택 제외)인 현대건설 주식이 현대건설에 증여된다.

이로써 다사다난했던 정 명예회장의 재산변동 여정은 기업(起業)이었던 현대건설에서 시작해 현대건설로 막을 내리게 됐다.

정순원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 부사장은 "정 명예회장의 현대건설 지분 15.77%(5천만주)를 고인의 뜻에 따라 현대건설에 증여하기로 했다"며 "가족들도 그런 분위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증여는 오래 전부터 결정된 일이지만 다른 재산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남은 지분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 PR사업본부 관계자도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창업자로서 최근 현대건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현대건설 법인에 지분을 넘겨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또 장례 형식에 대해 "고인이 평소 검소하게 살아온 만큼 사회장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25일 오전 8시 자택을 떠나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으로 가되 가족장인 만큼 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 비용도 당초 알려진 28억원이 아니라 7억∼8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장례가 끝난 뒤 가족 회의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 관계자는 "재산 상속이나 기업 경영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고인이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건강과 건승을 당부하는 정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외에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 28만5천주(0.28%)와 현대중공업 주식 38만6천주(0.51%)의 거취에 대해서는 현대 내부에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향방과 관련될 정도의 지분은 아니지만 정 명예회장이 특정인에게 상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