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jwlee@imation.com >

요즘 이민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몇 십년간 살던 나라를 등질 때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만 교육이민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우리 교육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이민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모두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들춰내기에 바쁘다.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는 과다한 학과 부담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허리가 휠 정도의 사교육비를 안겨준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한국교육 전부를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20여년 동안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느끼는 한국교육의 장점도 많다.

2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면서 그들의 상식이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외국의 명문대 출신도 마찬가지일 때가 많았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은 많아도 세상의 일반적 지혜와 순발력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그리 훌륭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지식의 폭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영어가 그들보다 유창하지 못해 그렇지 단순한 상식 비교로는 우리가 뛰어나다.

우리의 집중화된 입시공부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육이 오늘날과 같이 표류하게 된 데는 사회 전체의 책임도 있다.

어느 나라,어떤 사회에서든 명문학교 출신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성공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어떤 대학을 나와도 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기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입시제도를 보면 차라리 우리의 현실을 당분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날 자원과 기술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중진국 대열에 들어선 데는 교육이 기여한 바가 크다.

앞으로도 우리가 개발해야 될 가장 큰 자원은 인간이다.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21세기의 강대국으로 가기 위한 키워드인 것이다.

우리 교육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현실도피를 초래해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재촉할 뿐이다.

우리 교육의 장·단점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