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정자를 이용한 임신이 처음 이뤄진 것은 1953년, 사람의 체외수정이 성공한 건 78년이다.

인공수정이 가능해지자 남의 난자나 정자로라도 아기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기왕이면 좀더 우수한 사람의 유전자를 찾는 풍조가 생겼다.

82년 캘리포니아에 생긴 노벨상 수상자 정자은행에 여성들이 몰린 게 그것이다.

99년 봄 인디펜던트는 영국의 불임부부들이 미국 명문대 여대생의 난자를 구하러 간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신문엔 SAT점수 1천4백점이상에 키 1백75㎝가 넘는 여학생이 난자를 제공하면 5만달러를 주겠다는 광고도 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초 세계의 정자 수출시장 규모가 1억달러에 달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덴마크와 미국이 주요 수출국이며 미국 것의 경우 A급은 2백35달러, B급은 1백75달러라는 내용도 나왔다.

국내에도 97년 부산대병원에 이어 지난해 서울대병원에 정자은행이 개설됐다.

99년엔 난자를 판매한다는 인터넷사이트가 만들어지더니 올해엔 아예 양쪽을 모두 취급한다는 회사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건강한 난자와 정자를 공개적으로 구하려는 불임부부를 위한 것으로 난자값은 학벌 나이 IQ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백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난.정자 매매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생명까지 돈으로 산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반대가 많지만 불임부부의 고통은 남들이 알 수 없는 것인 만큼 용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난.정자 매매가 일반화되면 멀쩡한 부부들도 가능한 한 똑똑하고 잘생긴 자식을 갖겠다고 나섬으로써 이른바 유전자결정론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키 작은 유전자 콩도 햇빛과 양분이 충분하면 그늘에서 자란 키 큰 유전자콩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멘델의 법칙은 무시되고 교육의 중요성 또한 경시될 것이다.

흰 피부 유전자가 반드시 흰 피부를 만들지 않고 쌍둥이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자란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겠으나 단지 잘난 자식을 갖고자 유전공학에 의존하다 괴물을 낳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