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경제 성장은 한마디로 ''속빈 강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실질성장률이 8.8%를 기록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1만달러에 육박하는 등 겉으로는 괜찮았지만, 속내용을 들여다 보면 교역조건 악화로 체감경기가 썰렁했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경제의 연착륙실패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점을 감안해 정책당국은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난해의 높은 성장률이 별 의미 없다는 단적인 증거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8%나 되는데 비해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2.3%에 불과한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2∼3%포인트에 불과하던 두 지표간 격차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은 국제유가 급등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값 폭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한마디로 부지런히 만들어 수출했지만 실속이 없었다는 얘기다.

또한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36.6%로 크게 낮아진데 비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63.4%로 재작년 보다 훨씬 높아졌다.

게다가 정보통신산업의 성장기여율이 50.5%나 되는데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에 달하는 등 정보통신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문제다.

특히 정보통신제품 수출에서 미국시장 비중이 70%나 되는데 최근 미국 정보통신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경제사정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경제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올들어 국제유가와 반도체값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등 교역조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국내외 금리가 기록적으로 낮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제만 연착륙해 주면 일부 주장대로 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2월 실업자수가 벌써 1백7만명이나 되는데다 소비심리나 투자의욕이 크게 위축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당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시책을 펴야 마땅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예산배정을 상반기에 집중하는 등 재정금융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안 외에, 생산활동의 주역인 기업 의욕을 북돋우고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는 시책이 시급하다.

기업들도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으로 치솟는 바람에 높아진 원가상승 압력을 효율향상과 임금인상 억제를 통해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