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최근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관련해 희한한 두가지 ''언론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책이란 게 워낙 전례없는 하책(下策) 수준이어서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한다.

먼저 건교부내에 설치된 인천국제공항 대책 상황실에서 아침마다 출입기자들에게 거는 전화다.

"??? 기자십니까. 건교부의 ×××인데요. 오늘은 (인천공항과 관련해) 어떤 기사를 쓸 예정입니까"

이런 전화는 처음일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어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뭐라구요?"라며 되묻기 일쑤다.

지난 19일 첫 전화가 오더니 이젠 매일 아침마다 같은 전화다.

"누가 그렇게 예정기사를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까"라고 물으면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고요…"라며 얼버무리다 전화를 끊는다.

출입기자들 모두가 이런 해괴한 전화를 21일까지도 받았다.

또 하나는 건교부의 국장들이 1개 언론사를 전담해 커버하는 대책.

''A국장은 OO신문사 담당''하는 식이다.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인천국제공항 개항(29일) 전후의 언론보도를 담당국장이 ''책임지고 맡는다''는 특명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건교부가 인천국제공항과 관련해 이같은 대책을 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공항개항을 앞두고 최대한 언론의 협조를 구하자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또 이미지산업인 공항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자제해 주도록 요청하자는 선의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대답은 부정적이다.

건교부내에서조차 엘리트 국장들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매일 아침 전화하는 공항개항상황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건교부는 요즘 초조하다.

모든 공무원이 불철주야로 공항개항에 매달려 과로상태다.

언론이 이를 몰라주고 사소한 결함을 과장보도한다고 섭섭해 할 수도 있다.

건교부는 이럴수록 의연해야 한다.

할 바를 다했으면 결과를 부끄러워 해서는 안된다.

북한식 5호 담당제 같은 ''언론대책''이 자칫 최선을 다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를 갉아먹는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