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가 의약분업은 물론 재정통합의 타당성 여부로까지 번지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의약분업으로 불편이 가중된데다 부담마저 늘어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다.

지금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킬수 있는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다급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한동 국무총리의 철저한 재점검 지시로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보완책 발표가 미뤄지기는 했지만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대책의 골격은 건강보험의 지출구조를 합리화하고 보험료를 10∼15% 인상하며, 그래도 부족분이 생기면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출구조의 합리화에는 의료기관의 과다청구 시정을 비롯해 보험공단의 구조조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들은 응급처방일뿐 근본대책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지원 등의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면 재정난은 재발될 수밖에 없다.

보험재정 자체의 구조적인 적자요인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당초 연간 1백80일이었던 보험수혜기간이 매년 30일씩 늘어났고,컴퓨터단층촬영(CT)을 적용대상 의료행위로 추가하는 등 지출 요인은 늘어난 반면 소득자료의 미비 등으로 보험료 징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 및 직장의보의 재정통합방침에 따른 방만한 보험재정 집행도 적자요인의 하나다.

따라서 근본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이나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 등 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비롯해 종합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잘못된 의료전달체계의 시정, 그리고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불편 최소화 방안 등을 검토해 그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위기가 전적으로 의약분업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당부분 가속화시켰음은 정부 통계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잘못된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준비없이 강행된 의약분업의 시정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다수 국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어야 한다.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의약분업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