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의 주총 쿠데타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말이 많은 만큼 증권가 사람들은 소액주주의 반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반응이다.

이런 시각엔 설범 회장이 기업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깔려 있다.

이에 반해 설 회장이 기업사냥꾼의 그린 메일링(Green Mailing)에 시달렸다는 동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방직 주식을 매집한 뒤 비싼 값에 사달라고 대주주측을 압박하는 행동이 이미 있었다는 주장이다.

동정론이든 비판론이든 세습경영 3세인 설 회장은 위기를 맞게 됐다.

부친인 설원식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지 2년여만의 일이다.

설 회장은 지난해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방직의 자회사인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에서 불법대출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소액주주들이 문제 삼은 것도 한스종금으로부터 차입한 돈의 사용처였다.

소액주주들은 대한방직 부실이 한스종금 차입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진승현씨가 스위스계 프리바트방크 컨소시엄을 만들어 단돈 10달러에 대한방직이 보유한 한스종금 지분 28.62%를 사들였던 것도 외화유치 조작극이었음이 검찰에 의해 판명된 터다.

진승현 사건과 맥이 닿는 대한방직 사태는 한국기업의 파행경영을 드러낸 단적인 사건이었다.

소액주주의 주총 쿠데타는 그에 대한 반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소액주주들이 의결권 위임과정과 공동보유자 지분신고 등에서 법규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노리는 목적이 무엇이든 주주총회에서 집요하게 한스종금 불법대출금 문제를 물고 늘어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골자는 대주주의 세습경영, 회사 돈과 대주주 돈을 구별하지 못하는 불투명한 회계, 금융회사의 사금고화 같은 것들이다.

비록 주총 쿠데타는 대한방직에서 벌어졌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누구든 제2, 제3의 대한방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예방하는 길은 역시 주주중심의 경영을 해나가고 외형보다 내실 위주로 경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명수 증권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