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 민주당 대변인 kyh21@kyh21.com >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이역만리에서 몸을 던졌을 때 그들은 젊은 나이에 어떤 모습의 조국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붉은 가슴을 안고 남의 나라 하늘아래 제 몸을 뜨겁게 달구게 한 조국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젊은시절 사회운동을 한다며 감옥으로,거리로 뛰어다니면서 내가 가슴에 품었던 오래된 질문이다.

몇 달 전 대전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잠든 정정화 할머니의 묘비 앞에 섰다.

뒤편으로 석양이 묘비에 부딪혀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 묘비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그토록 갈망하며 제 한 몸을 불 살랐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을 대신해 조국에 가서 보고를 해야만 한다.

싸웠노라고.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고.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나는 국회도서관에서 그의 일대기를 찾았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여섯 번이나 압록강을 건너고 20살 꽃다운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가 불혹의 나이에 해방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온,한 평생을 조국에 바친,올해 8월의 보훈인물인 정정화 할머니의 ''장강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해방이 되고 불혹의 나이가 되어 처음으로 불러보는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최근 나라 안팎이 일본교과서 문제로 떠들썩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 딸 하늬가 어느날 TV 화면에 나온 할머니들을 보면서 묻는다.

"아빠,정신대가 뭐예요?"

"음음….나라를 잃은 그 시절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아빠,나라를 왜 잃었대요? 할머니들은요?"

무엇부터 얘길 해야 할까 머리를 긁적이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말을 받는다.

"일요일에 아이들 데리고 대전 국립묘지에 가보기로 해요"

"그래.하늬야,그곳에 가서 왜 나라가 망했는지 알려주마"

하늬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