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관행 때문에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어 쓸 수 없는 일본사회에서 신용조합은 재일교포들의 유일한 제도권 자금줄이다.

경제적 안전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일교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계 신용조합에는 "상은"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지난해 12월 파탄처분을 받은 칸사이흥은만이 뒤에 다른 명칭을 쓰고 있다.

이와테상은은 규모는 작아도 자기자본비율이 14.26%(2000년말 현재)에 달해 거의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수없이 많은 신용조합들이 일본 금융청의 지도비율(4%)를 채우지 못하고 허덕이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알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4개에 달하는 한국계 신용조합들 중 현재 16개가 부실채권에 휘말려 파탄상태인 것과 비교하면 이와테상은의 건전성은 더욱 돋보인다.

이와테상은은 수신 약 80억엔에 출자 조합원 약 9백명의 미니 금융기관이지만 지역 주민들들의 신뢰와 사랑은 돌처럼 단단하다.

거래 고객중 절반 이상이 모리오카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일 정도다.

재일교포들의 힘으로 재일교포들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일본인 고객들도 안심하고 돈을 맡길 만큼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은 "신용"을 무엇보다 중요한 재산으로 꼽고 있다.

마음이 순수한 대신 그만큼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시골 벽지에서 지금처럼 자리잡게 된 것은 오로지 신용을 목숨처럼 중히 여겼던 경영방식 덕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다른 일반 기업과 달라서 금융기관은 예금주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신뢰와 신용을 잃으면 되겠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한다거나 채권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면 고객들에 대한 의무태만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이와테상은은 이와테현 재일민단 소유인 모리오카 한국회관 1층에 세들어 있다.

2층은 민단 및 민단 산하단체가 사용중이다.

이와테상은이 매년 민단에 내는 7백20만엔의 임차료는 고스란히 민단 금고로 들어가 소중한 살림재원으로 쓰인다.

한국회관 설립에 앞장 섰던 이 이사장이 민단 재정을 돕기 위해 이와테상은을 이곳에 입주시켰기 때문이다.

이와테상은은 금융기관이기에 앞서 민단 살림의 든든한 후원자인 동시에 재일교포들에게 만남의 장과 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모리오카=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