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일본 지도자들은 황야에서 10년동안 방황하고 효과도 없는 경기부양책에 1조1천억달러를 낭비한뒤 마침내 그들의 경제정책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의 소비관행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 집권 자민당은 새로운 해법을 내놓으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자민당은 최근 우울했던 지난 10여년간의 파괴적인 세금및 통화정책의 족쇄를 풀려는 처방책을 마련했다.

닛케이주가가 16년만의 최저치로 급락한 현 상황에서 이같은 방향선회는 결코 이른 것이 아니다.

1995년 경제분석가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닌 명백한 정책실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일본의 지도자들은 투자및 자산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버블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한 예로 지난 53년 이후 처음으로 88년에 새로운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세가, 89년에는 주식 양도소득세가 도입됐다.

일본인들에게 생소해 시위까지 불러 일으킨 소비세(3%)도 부과됐다.

자민당은 89년 중의원선거에서 참패했지만 교훈을 얻지 못했다.

더 많은 세금이 잇달아 도입됐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새로운 양도소득세가 도입됐고 심지어 벌금형세율은 90%에 육박했다.

적자를 내는 기업들도 2%의 부가세를 내야 했다.

배당세율도 높아졌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쉽게 버는 돈(easy money)은 버블을 조장한다고 믿었다.

일본은행은 통화고삐를 바짝 조였고 96년 잠시 완화됐던 통화정책은 97년부터 다시 경색됐다.

이런 혹독한 세금부과와 경색된 통화정책 상황에서 일본의 부동산및 주식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은행들이 부실채권에 파묻힌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본의 정책입안자들이 경제를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 과거의 이런 잘못부터 고쳐야 한다.

최근들어 소득및 투자관련 세금을 원위치시키려는 등 일본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나가려는 징조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좀더 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89년에 도입된 주식 양도소득세는 영원히 폐지돼야 한다.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없어져야 한다.

이런 세금은 자산가치를 떨어뜨리고 시장유동성을 약화시킬뿐 어떤 목적 달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세율도 낮아져야 한다.

이자·배당소득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

현재 최고세율이 70%인 상속세는 30% 정도로 낮춰야 한다.

89년에 제정된 소비세는 폐지하는 것보다 자치단체들이 법인세및 개인소득세를 낮추는데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경우 일본의 최고소득세율은 37%로, 최고법인세율은 30%로 낮아질 것이다.

물론 이는 홍콩(소득세율 17%, 법인세율 15%)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지만 일본경제의 자본이동을 촉진시키는 새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아무리 훌륭한 재정정책이라도 건전한 통화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엔화가치가 적정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공개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인플레를 촉발시키지 않고 강력한 디플레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다.

정부와 기업 은행 일반인들은 악화되고 있는 일본경제를 추스를 수단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시간도 좀 필요할 것이다.

일본은 지난 1백50여년동안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본은 새로운 세기에도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호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으면 보상도 없을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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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re Japan''s Leaders Getting It Right?''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