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문 < 삼성건설 해외담당 사장보좌역 전무 .

김정일 위원장이 상하이 푸동지구를 방문하고 그 발전상에 놀라 ''천지개벽''이란 말로 놀라움을 표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항까지 쭉 뻗은 도시고속도로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상하이의 건물들을 보면 마치 미국의 어느 대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공항에서 한강을 끼고 서울도심으로 진입할 때,강변을 장식한 똑같은 높이의 규격화된 아파트군의 연속이다.

우리는 가구당 자동차를 1대씩 소유하고,또 전 세계에서 1등가는 제품도 여럿 있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제법 국제적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만은 내놓을 만한 명물이 없다.

''고층건물''을 짓겠다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안된다고하니 지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도시미관은 건축기술축적면에서 우리보다 휠씬 못한 나라보다 뒤진다.

홍콩과 일본의 도쿄는 차치하고 태국의 방콕,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등 보다 못하다.

얼마전 서울시는 그동안의 도시 발전이 무분별한 도시계획에 있었다하여 용적률을 줄이고 고도를 제한하는 규제를 또다시 강화했다.

약수동이나 이태원,남산기슭 등 좁디좁은 도로에 빽빽이 들어찬 다세대 주택,풀 한포기 보기 어려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로 언덕을 다 덮어 놓은 게 과연 좋은 것인지,홍콩 등 다른 도시와 비교해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역삼동 4거리 높은 언덕에는 미적감각없이 최대의 용적률을 적용해 고층거물을 세워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망쳐 놓고 있다.

SKY LINE이란 건물의 높낮이 뿐 아니라 지붕의 형태,건물의 솟아오르는 형태,외부디자인 등이 어울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각각의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똑같은 높이의 아파트군이나 언덕을 뒤덮고 있는 낮은 건물들의 집합체로는 도로의 효율성이나 녹지대 형성,건축물의 효율성을 이룰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지역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같은 디자인을 반복하지 않도록 유도,건축가들의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함으로써 도시민들에게 기쁨을 준다.

무분별한 개발은 억제돼야 한다.

하지만 일부 민원을 이유로 이미 발급된 인·허가 사항까지도 철회해선 안될 일이다.

그리고 좀더 규제를 풀어 도시가 균형있고 대도시에 걸맞은 스카이라인을 조성해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를 위해선 상업지역 확대로 고층화를 유도하고,미관심사를 주위환경,주변건물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을지로·종로 등의 재개발 방법을 탄력적으로 운영,몇개의 초대형 건물들을 세워져 있는 동대문시장,남대문시장동과 연계 고층화유도 및 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파트도 천편일률적인 지붕 꼭대기 돌출 물탱크보다,지붕선 조절로 건물 내부설치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블록식 디자인보다 다양한 평수를 배합,외부 디자인을 차별화해야 한다.

또 법규정에 맞는 건축물들에 대해선 인·허가가 가능케 하고,''민원'' 때문에 법에도 없는 제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조권 및 도로에 의한 사선제한 등을 재검토하고,대형건물 주변 소방도로의 3m 확보도 재고하여 도심지 건축물의 효율성을 증대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