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경 < 현대택배 사장 hkchoi@hyundaiexpress.com >

오(吳)나라 왕 손권(孫權)에게는 여몽이라는 무식하지만 용맹한 장수가 있었다고 한다.

무식함을 참지 못한 손권은 그에게 공부를 하라고 충고했다.

그 후 여몽은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학문에 정진했다.

여몽의 오랜 친구이자 학문이 깊은 ''노숙(魯肅)''이 전시 시찰길에 그를 만났다.

전과 달라진 여몽의 높은 식견에 놀라워하자 여몽은 "무릇 선비란 사흘을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났을 때는 눈을 비비고 대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기원이 됐다.

필자가 괄목상대를 거론하는 이유는 바로 오늘날 세계경제가 영웅과 혼란으로 가득찬 중국의 삼국시대와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은 그들만의 전략과 전술로 무장한 채 세계경제의 천하통일을 꿈꾸며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 속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투자 합병 인수 제휴 등이 그것이다.

한국은 이 상황에서 여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간 수많은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자신감과 용기로 경제전쟁에서 승승장구하며 개선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작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며 술잔을 부딪쳤을 때 손권은 아마도 충고했을 것이다.

방만함이란 적을 경계하라고.

용맹만을 믿고 승리에 젖어 우쭐대다가는 단 한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거대한 인터넷기업인 야후와 아마존제국의 위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두 제국은 패기와 용맹으로 승리를 장담하며 일찌감치 축배의 잔을 들었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제국의 영광을 누릴 것으로 보이던 그들이 지금 몰락하고 있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여몽의 학문에 대한 노력처럼 차곡차곡 지혜를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여몽처럼 눈이 밝아져 강력한 지혜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