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나쁘지만 주식시장은 좋을 것''이란 말은 모순일까 아닐까.

적어도 증권시장에선 모순이 아니다.

미래의 악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주가가 떨어진다면?

그땐 다른 답이 기다린다.

미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문가들의 주식전망이 시시각각 바뀐다.

하지만 전략가(strategists)들은 긍정적, 이코노미스트들은 부정적이다.

전략가들은 주가움직임을 분석하는 사람들이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자율 인플레 성장 등 거시지표를 연구하는 쪽.같은 회사에서도 정반대의 견해가 발표되곤 한다.

대표적인 곳이 골드만삭스.

가장 역량있는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에비 코헨은 지난주 주식 보유비율을 65%에서 75%로 늘리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제 주식을 살 때라는 것.

하지만 같은 날 빌 더들리가 이끄는 이코노믹팀에선 상반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소득세 환급이 예상보다 적어 경기반등의 기폭제로 기대되는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내용이다.

침체가 계속되리란 전망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에비 코헨은 여전히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미국경제는 매우 좋은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릴린치도 마찬가지다.수석 투자전략가인 크리스틴 캘리스는 S&P500지수가 올해말엔 지금보다 38%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

저금리시대는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판단에서다.기업수익도 올해 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이 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기업수익이 오히려 2%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언론들은 ''청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전략가들은 주로 주식투자자들을 향해 얘기한다.

따라서 장밋빛 전망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에게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채권투자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이자율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들은 인플레만 없다면 오히려 경기하강이 좋은 사람들이다.

결국 신뢰할 만한 증권전문가가 없기는 월스트리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하락장세에서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인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