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내부사정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김형기 장관급회담 남측 대표단 대변인)

13일로 예정된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북측의 일방적인 불참통보로 무기 연기된데 대한 정부 당국자의 해명성 설명이다.

한마디로 ''모르쇠''란 얘기다.

그러나 그는 "남북이 빠른 속도로 협의하면 생각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회담재개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며 근거없는 낙관론을 폈다.

북측의 내부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조만간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서둘러 예단(豫斷)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서울 신라호텔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은 "북측의 내부사정 때문에 연기됐지만 곧 열릴 것"이라는, 어찌보면 정부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브리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외신기자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정부의 석연치 않은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통일부는 이날 "전날까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체류일정을 다 협의했으며, 아무런 불참의 조짐도 없었다"며 준비과정에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한미정상 회담은 지난 7일 열렸고 그 이후에도 판문점에서 장관급회담의 제반 절차에 대해 논의가 있어왔다"며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측의 불참통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북측은 회담 전날인 12일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통보하지 않아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북측이 그동안 각급 회담에서 ''전력 조기지원'' ''장기수 추가북송''을 요구하는 등 돌출 행동을 해왔음에도 우리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온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긴급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도 한마디로 졸렬했다.

북측의 불참통보는 이날 오전 9시10분께 였으나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여있는 프레스센터에서 대변인이 공식브리핑을 하기는 두시간 가까이 흐른 뒤였다.

회담연기 사실은 이날 2여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이한동 총리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이미 알려졌음에도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늑장 대응한 것이다.

이탓에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통신 등 관계자들이 장비를 설치하는 ''헛수고''를 해야만 했다.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외신기자들의 혹평을 수용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