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번역어는 경영학석사다.

박사과정 전단계 같지만 관련이 전혀 없다.

졸업 후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학문적 관심에 끌려 MBA과정을 두드리려는 사람은 길을 바꿔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눈엔 하버드 MBA 조차 "정규 경제교육"으로 비춰지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MBA는 원래 부하 직원들을 관리(manage)할 만한 직책의 다른 회사원들을 위한 관리자 양성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변호사를 배출하는 로스쿨과 의사를 양성하는 메디칼스쿨과 같은 종류의 목적을 갖고 고안된 실용학위인 셈이다.

MBA들의 분석능력을 높이 산 컨설팅회사와 투자은행들이 졸업생들을 쓸어가면서 "MBA = 전직"이란 등식이 만들어졌지만 당초 설립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MBA과정을 찾는 대다수의 꿈은 여전히 "준비된 경영자"다.

예비 경영자를 키우는 과정인 만큼 바로 써먹을 수 없는 이론은 다루지 않는다.

이론은 흡수의 대상일 뿐 토론과 연구의 소재가 아니다.

개설과목도 필수과목을 빼고는 적용 가능성이 더 중시된다.

개설 예정이었다가도 학생 설문조사 결과 호응이 낮으면 가차없이 폐강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보다는 명강의로 인기가 높은 사람이 더 높은 고과를 받는다.

1년전 강의노트를 그대로 쓰는 교수들은 종강 때 학생들로부터 "낙제"점수를 받기 십상이다.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이 유일한 잣대다.

일반 석.박사 과정과는 커리큘럼부터 다르다.

우선 졸업논문이 없다.

대개 낙제없이 코스를 이수하는 것만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대신 들어야할 과목이 적지 않다.

2년간 평균 40개 정도의 과목을 배운다.

그 중 <>재무회계 <>경영통계 <>미시경제 <>경쟁전략 <>재무분석 등 필수과목이 절반에 가깝다.

학문적으로 깊이 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면 도대체 뭘 배우는가.

한마디로 비즈니스 전반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눈썰미"다.

전략 재무 회계 관리 생산 마케팅 등 기업활동을 이루는 핵심기능들과 그 상호작용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분석능력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통찰력 등을 배운다.

모든 수업이 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분석하고 적용 가능한 개념과 분석 도구를 찾아내고 익히는데 집중돼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경우 대부분 과목이 실제 사례를 담은 케이스 분석으로 진행된다.

수업이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면서 실제에 보다 근접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고 개인별 혹은 팀별로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다루면서 최종의사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하게 된다.

현장 실습과 3개월간의 여름 인턴십은 시장을 보는 눈과 각종 분석 도구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심화과정으로 활용된다.

빠뜨릴 수 없는 것으로 팀웍에 기초한 문제해결(Problem solving) 훈련을 들 수 있다.

1학년 과정의 대부분은 5 -6명이 한조를 이루는 팀 중심으로 학사일정이 짜여있다.

팀 전원이 매달려도 끝내기 어려운 과제가 학기마다 서너개씩 있다.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같이 계획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팀웍을 다지는 과정 자체가 역동적인 비즈니스 활동의 축소판이다.

동업의 어려움과 문화차이를 경험하는 것은 부수입이다.

학기는 두달마다 바뀌는 쿼터(quarter)제가 주류다.

두 달마다 5,6개 과목을 떼가며 과목 당 1,2회씩 있는 시험과 3-6개씩에 달하는 과제,프로젝트를 마쳐야 한다.

"비즈니스 머신" 제조공장이라는 느낌까지 들 때도 있다.

비즈니스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다루는 셈이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 지 못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위험도 있다.

형식에 집착할 경우 뻔한 결론을 내놓고 포장만 그럴 듯 하게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분명한 것은 학문과 실제 사이의 벽을 MBA과정이 허물어왔다는 점이다.

"준비된 경영자"를 꿈꾸는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