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간의 다툼이 꼬마들의 멱살잡이나 다름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천 산자부와 광화문 정통부 사이엔 요즘 "해도 너무한다"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며 날마다 전화로 고성이 오가고 있다.

두 부처간 싸움은 산자부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 도쿄에 IT지원센터를 개설하면서 격화됐다.

정통부는 "도쿄에 IT지원센터를 열려고 예산까지 확보해 놓았는데 산자부가 산하단체를 동원해 선수를 쳤다"고 발끈했다.

산자부는 "산업 담당 부처가 벤처기업 해외 진출을 도우려고 지원센터를 세운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지난 9일 정통부 손홍 정책국장이 기자실에 들렀다.

손 국장은 "작년 6월 IT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정통부가 지원하기로 결론이 났는데 산자부가 끼어들었다" "중진공은 ''벤처기업지원센터''라고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 산자부장관이 ''IT''를 넣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손 국장 발언의 진위를 떠나 IT산업을 둘러싼 부처간 ''밥그릇싸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전자거래 음성인식산업 게임 등 각 분야에서 비슷한 산하단체들을 늘려 가며 세력싸움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에선 정통부와 문화관광부가 사사건건 다퉈 콘텐츠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이 반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IT 업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에는 ''중소기업 당면애로 건의''란 제목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보고서에는 부처간 과당경쟁으로 정부 지원이 효과를 거두지 못함은 물론 업체들이 손해보는 일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작년말 정통부 문화부가 별도로 주최한 게임전시회에 참가한 게임업체 대표는 "벤처기업이 무슨 돈이 있다고 보름새에 두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부처간 마찰과 관련, 고려대 행정학과 김성태 교수는 "산업사회의 기존 조직으로 정보화의 큰 조류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정부 조직을 정보화사회에 맞게 개선하고 국가CIO(정보화최고책임자)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IT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