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눈속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매화를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꼽았고 사군자(四君子)인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으뜸으로 쳤다.

강인하고 고결한 선비의 기품을 보여주는 꽃은 매화를 앞설 만한 것이 없었다.

"산창에 기대서니 밤 기운이 차가워라/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봄바람 청해 무엇하리/가득할손 청향일다"

''도산에서 달밤에 매화를 읊다(陶山月夜詠梅)''란 퇴계 이황의 시를 보면 봄바람의 선구는 될지언정 질탕한 봄바람에 속물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하고 청향(靑香)으로 속세를 정화시키겠다는 선비의 기개가 오롯이 드러나 있다.

제주도에 매화가 피었다는 화신(花信)이 전해진 것은 지난 1월초였다.

폭설속에 핀 매화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매화가 남해를 건너와 순천 선암사나 하동 섬진강변의 마을,그리고 산천 단성면의 단속사(斷俗寺)터, 남명 조식의 유적인 산천재(山天齋)에서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강추위와 폭설도 계절의 변화에는 별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꽃샘추위가 이어지다가 개나리는 서귀포에서 18일, 서울에서 31일께 피기 시작하고 진달래는 서귀포 21일, 서울 4월3일, 벚꽃은 서귀포 25일, 서울 4월12일께 필 것이라고 한다.

개화가 평년보다 1~2일 늦어지겠다는 예상이다.

4월중에는 예년처럼 산야에서 자라는 3천5백여종의 나무나 풀들의 절반이 꽃을 피우게 돼 봄이 무르익는다.

동식물이 점차 기지개를 펴고 싹을 틔우는 달이 3월이다.

바람이 심하고 진눈깨비나 비가 엇갈려 내리기도하며 때로는 영하의 꽃샘추위가 이어져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꽃샘 잎샘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게서 생겼다.

하지만 남쪽으로부터 북상하며 전해지는 꽃소식은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새 봄이 좌절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생명의 약동과 소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희망의 계절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