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한국인 경영진을 해임하려는 외국자본이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은증권과 리젠트화재 리젠트종금 리젠트증권의 대주주인 KOL측은 일은증권 경영진이 리젠트화재와 종금에 대한 출자와 자금지원을 거부하자 경영진 해임을 위해 임시주총을 소집해 놓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은증권 등기이사인 피터 에버링턴(KOL 이사 겸 i리젠트그룹 부회장)씨는 리젠트종금에 4백억원을 지원하고 리젠트화재에 8백억원을 출자하라고 일은증권 경영진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은증권의 경영진이 이사회에서 이를 거부하자 KOL측은 4월21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이사선임의 건을 의결키로 했다.

박용배 일은증권 노동조합위원장은 "현 경영진이 대주주인 KOL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경영진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은증권 경영진은 지난 2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친 이사회에서 대주주인 KOL측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자본이 경영진을 선임해 놓고도 부당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며 경영진에 해임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엄경식 KOL 마케팅부장은 "로빈 윌리 KOL 대표가 KOL측의 구체적인 지원요구나 해임압력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부당한 횡포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이 부실화될 수밖에 없으나 현행 제도상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금융감독기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OL측은 지난해 11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일은증권 지분 54.81%를 넘겨받아 현 경영진을 선임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