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제정책을 다루는 당국자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튀어나왔다.

"이젠 구조조정이란 단어를 듣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사적인 모임이었던 만큼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쏟아낸 것에 불과하지만 경제정책의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당국자라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법한 말이다.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이만하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말의 정책적 의미를 논외로 한다면 한 가지 확인할수 있었던 것은 ''구조조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구조조정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구조조정이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감원.해고를 필두로 해서 부실기업을 없애고 사업을 줄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진정한 의미를 전혀 몰라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만은 아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당장 코앞에 닥친 응급조치와 그로 인해 밀어닥친 여러가지 고통이 워낙 컸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본래 의미를 짚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조조정을 기업입장에서 보면 위기돌파의 응급수단이라기 보다 국내외 경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해 가는 상시적 혁신과정이다.

또 정부가 취하는 구조조정정책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중기정책 또는 제도개혁 프로그램이라는 게 세계은행 등이 규정한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판단해 본다면 두 가지 관점에서 그 이유를 짚어 볼수 있다.

하나는 구조조정을 너무 조급하게 서두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기업 부채비율 축소나 빅딜로 불린 사업구조조정에서 그같은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특히 시한을 설정해 그같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것은 무리였다는 평가다.

다른 하나는 추진방법에서 지나치게 정부주도의 재단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구조조정이란 말만 들어도 놀라고 겁부터 먹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 결정적 요인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물론 이같은 지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부문 개혁에 대한 큰 틀의 마무리를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되새겨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자율과 책임이라는 상시구조조정의 원칙이 결코 퇴색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뜻에서다.

물론 자율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두려면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비장한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도 뒷받침돼야 한다.

예컨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임금삭감의 고통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지다.

자율에 맡기다 보면 구조조정이 더뎌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 시장기능을 살리고, 유인책을 강화하는 자세를 고수하는게 현명하다.

타율에 의한 질서 개편은 언젠가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다만 자율개혁의 추진에 앞서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정책 일관성 유지의 최대 관건이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이 미진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앞날이 밝지 못하다는 데에도 이론은 없다.

또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정답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듣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구조조정이라면 크게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진정한 구조조정은 소리없는 변혁의 과정이고, 쉼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야 한다.

귀담아 듣지도 않고 말로만 떠들 때는 지났다.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도 그런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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