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 할렘 브룬트란드 < WHO 사무총장 >

젊음은 새로운 문을 여는 시기다.

새 경험을 하고 한계도 시험해 보는 때다.

무한히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젊음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음은 중독(intoxication)과 닮았다''고 했다.

아마 심취하고 흥분하는 젊음의 속성을 의미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의 알코올중독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전세계적으로 15∼29세 사망자의 5% 정도는 알코올남용이 원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 연령대 사망자의 25%가 알코올과 관련이 있다.

지난 1999년 유럽에선 5만5천명의 청소년이 알코올남용으로 사망했다.

세계적으로는 1억4천만명이 알코올의존으로 고통받고 있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알코올중독은 엄청난 피해를 불러온다.

교통사고로 인한 공공.개인생활의 파괴는 물론 방화, 자살, 폭력적 범죄도 대부분 음주와 연관이 있다.

최근 수년간 일부 국가에서 알코올소비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동유럽의 경우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음주습관이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다.

청소년들이 때때로 요란한 술잔치를 벌이는 문화가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나친 음주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엄청나다.

미국의 미성년자들은 지난 96년에 술을 마시는데 모두 5백30억달러를 낭비했다.

뉴멕시코주에서만 음주와 관련한 입원비용이 연간 5천1백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연간 주세(酒稅)는 3천5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발표된 유엔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알코올과 관련된 연간 교통사고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알코올남용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효과적이고 복합적인 조치는 이런 폐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음주연령 상향, 주류매입 시간 제한, 주류판매 매장요건 강화 등도 모두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관련 규제는 ''왜 이런 조치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캠페인이 병행돼야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광고규제도 알코올소비를 감소시킨다.

주류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회원국에 비해 음주량은 16%, 교통사고 건수는 23%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류제조업체들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청소년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이같은 무분별한 마케팅은 ''청소년은 알코올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한 지난 95년의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알코올헌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지나친 주류광고는 분명 자제돼야 한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국제사회의 공동행동프로그램, 알코올정보, 카운슬링 등은 음주위험을 일깨우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실제로 WHO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독은 아니지만 술을 심하게 마시는 사람들은 단순히 카운슬링만으로도 음주량을 눈에 띄게 줄였다.

청소년들이 스포츠나 건전한 교외활동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음주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음주관습은 각 나라의 문화나 사회풍습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따라서 알코올소비를 줄이기 위한 획일화된 정책은 일부 국가에서 강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음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체계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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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그로 할렘 브룬트란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최근 스톡홀름에서 ''청소년 음주'' 주제로 열린 유럽각료회의에서 행한 개막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