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지난주 그린스펀 미국 연준(FRB) 의장의 사임설이 나돌면서 금리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우리의 주가도 휘청했다.

미국 FRB는 경기가 4%대에서 2%대로 급락하던 시점인 지난해 5월 연방기금 금리를 최고수준인 연 6.5%로 올리더니, 지난해말 성장률이 1.2%로 급락하자 올 1월들어 두번이나 0.5%포인트씩 연 5.5%로 금리를 내렸다.

여러 경기지표들이 속속 내려가자 추가 금리인하설이 나도는중 그린스펀의 사임설이 나오면서 주가가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일본은행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속에 지난해 8월 콜금리를 제로에서 연 0.25%로 올리더니, 얼마를 못버티고 지난주에는 다시 0.15%로 내렸다.

지난 8월 금리를 인상했을 때 도쿄주가는 상승했는데, 금리를 인하한 이날 도쿄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0월에 경기가 이미 하강하기 시작했는데 콜금리를 연 5%에서 5.25% 올렸다가 올 2월에 다시 5%로 내렸지만 주가는 계속 내리막이다.

미국이 한번 가보는 대로 일본도 한국도 따라 한번 가보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관련변수의 계량분석을 기초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주가가 올라 갈 것이라는 것이지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장마가 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돼지 값이 오르면 주가가 오른 적도 있다던데….

금년초 주가가 잠시 반짝할 때 2월말에 구조조정이 끝나면 3월부터 경제는 좋아진다고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르던 주가가 또 곤두박질 치자 잠잠해졌다.

올해 경기전망도 5%대에서 시작하여 4%대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3%대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 10년간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어 왔다고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로 반전된 것은, 10년간 잘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못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인지, 아니면 지난 10년간 그 사람이 잘해서가 아니라 미국경제가 좋아서 잘한 것으로 보인 것인지….

시장 메커니즘을 믿는 사람들은 기업과 가계들이 불확실한 경제를 예측함에 있어서 관련정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합리적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는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오르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사람들은 의사결정에 의한 직접적인 이익이 없고, 이익이 있는 경우도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많은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 ''합리적 무지''에 의하여 행동한다고 한다.

오늘의 개방된 세계경제는 ''합리적 기대''와 함께 ''합리적 무지''에 의하여 정부정책과 관계없이 ''그저 한번 걸어가 보는'' ''랜덤워크(Random Walk)''로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IT산업의 팽창으로 종래의 통계나 정보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통합되면서 모든 나라의 경제적 변수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변수도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금리를 계속 내려도 주가가 내리막으로 달리는 것은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에 대한 신뢰도의 상실도 한 요인이 되고,모리 요시로 총리에 대한 ''정책불신''이 주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칼리만탄의 유혈 인종폭동을 군대로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의 리더십은 분명히 동남아시아 경제에 나쁜 변수가 되고 있다.

다분히 경제외적인 요인으로 ''합리적 무지''에 의하여 투자를 결정한 현대아산도 정부와 채권은행의 추가지원 없이는 금강산사업의 계속이 어렵게 됐다.

공급의 유연성은 있지만 수요의 유연성이 결여된 노동시장에서 대우자동차의 근로자들은 앉아서 죽으나, 나가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오기로 회사가 망하건 상관하지 않고 과격한 투쟁을 하고 있다.

''김우중 체포결사대''가 파리까지 가서 나라망신뿐만 아니라 ''대우자동차 불매운동''이 되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데서 또 다른 ''합리적 무지''의 결과를 본다.

''합리적 무지''에 의하여 ''랜덤 워크''로 움직이는 경제를 두고 따라 다니는 정책은 경제를 더욱 교란시키고 정책의 신뢰성만 자꾸 떨어뜨린다.

오직 정직을 바탕으로 일관성있게 원칙대로 우직하게 가는 길뿐이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