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조 < 향영21C 리스크컨설팅 대표 >

최근 경제회복 시점과 구조조정 후퇴 가능성을 놓고 정책당국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듯 하다.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는 경기예측은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할 때 잘못될 위험성이 가장 크다.

상충되는 다양한 의견 속에 문제점을 보완해 바람직한 경제상황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없이 말로만 포장된,비판을 위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주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떤 기업이 부실기업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망가져 있는데 시장에 맡기라는 이야기와 같다.

기업 구조조정은 퇴출시켜야 할 부실기업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전제조건이다.

부실기업은 크게 보아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말하며, 구조조정으로 회생시켜야 할 기업과는 다르다.

영업에서 문제점이 있고 향후 단기간내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이 대표적 부실기업이다.

자산매각 또는 청산을 통해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돼야 할 대상이고 법정관리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반면 영업상황은 큰 문제가 없으나 이자비용 부담이 높아 상당기간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과 이자보상비율이 1 이상이지만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은 퇴출대상기업이 아니라 채무조정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적극 회생시켜야 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다.

작년 7월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은 퇴출시켜야 하며, 4천8백여 조사기업중 20%가 퇴출기업이라는 발표로 떠들썩한 적이 있다.

영업상황이 양호한데도 일시적인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다고 하여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단 말인가.

이자보상비율은 구조조정 지표이지, 퇴출기업 선정 지표로서는 유용성이 없다.

퇴출기업을 판단하는 중심지표는 영업상황을 나타내는 EBITDA(감가상각비 공제전 영업이익)여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로 계산한 특정 지표보다는 지표의 변화를 가져온 이유가 더 중요하다.

기업평가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일부 지표중심의 기업개혁이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키워 왔는가.

IMF체제 이후 부채비율 2백% 기준이 제시됐었다.

대부분 기업이 현금유입은 없고 실질적인 차입구조 개선이 불가능한 자산재평가로 정책에 순응해 왔으나,이는 근본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겉치레 구조조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손해를 보면서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축소한 기업들은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했으면서도 부채비율 충족에 많은 고생을 했다.

일부 기업은 부채비율 때문에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부채비율 2백% 정책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이다.

최근 연체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평가도 마찬가지다.

신용도와 상관관계가 낮은 직업 소득 재산에 의한 평가가 지속되는 한 카드 및 대출가계부실의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1999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일본(2.5%)의 2.6배인 6.6%를 보이고 있고 대만(7.3%)과 미국(7.6%)보다는 1% 정도 낮다.

부채비율 중심의 구조조정 압력에 따른 자산재평가로 감가상각비가 1.1%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제 기업 구조조정은 투명성 확보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교과서적인 지표나 대차대조표 중심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개혁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조조정 지표도 EBITDA가 전제된 이자보상비율이어야 한다.

모든 기업 구조조정은 이자비용 축소를 통한 소극적 구조조정에서 더 나아가 영업부문의 수익성을 높이는 생산적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어야 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퇴출주장에서 벗어나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가 가능한 구조조정기업 회생에 우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

hy21c@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