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전자 김수일(51) 회장은 취미가 기술서적 읽기다.

그는 연구원들에게 곧잘 숙제를 준다.

기술서적에서 얻은 새 흐름을 토대로 연구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12년간 차량용 앰프에만 매달려온 외길 인생이 그의 삶을 그렇게 바꿔놓았다.

이 회사가 지난 1월 선보인 디지털 앰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거의 모든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음만 증폭하는 디지털 앰프는 지난 99년께 여러 업체에서 상용화했다.

그러나 모든 음역을 처리하는 디지털 차량용 앰프는 세계 첫 상용화라고 김 회장은 서슴없이 자랑한다.

음을 디지털식으로 자르면 잡음이 섞이게 된다.

고음일 경우 잡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바로 핵심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한다.

디지털 앰프는 아날로그 앰프에 비해 효율이 좋은 데다 크기도 60% 수준에 불과해 차세대 차량용 앰프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2년내에 천안의 차량용 앰프 생산라인을 디지털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선보인 디지털 앰프는 누드식으로 디자인됐다.

여러 부품을 소형 모듈로 집약시킨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도쿄에 설립한 칼셀저팬은 디지털 앰프를 주력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 88년 창업한 가야전자는 차량용 앰프를 전량 수출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 생산기지로 시작했다.

창업 초기엔 채널당 25W급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3백50W급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1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96년부터는 칼셀이란 브랜드로 독자 영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나홀로 기술개발''을 고집하지 않는다.

99년말 상용화한 저음용 디지털 앰프는 이탈리아 업체와 공동 개발했다.

최근 개발한 풀(Full)레인지 디지털 앰프는 작년 11월 인수한 디라직이라는 ASIC(주문형반도체) 전문업체와의 공동 작품이다.

김 회장은 디라직과 함께 오는 4월까지 디지털 앰프용 모듈을 칩으로 집약,DVD플레이어 업체들에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PC 디지털TV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 1백82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2백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디지털 앰프에서 거둔 결실을 발판으로 새 도전을 구상 중이다.

올해 말까지 차량용 DVD플레이어를 개발하고 2002년 말까지 차량용 디지털TV와 라디오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041)574-0383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