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5박6일간의 미국방문을 위해 오늘 출국한다.

김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미간에는 빈번한 정상회담이 있어 왔지만 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만큼 큰 관심과 더불어 그 중요성이 강조된 적은 없었다.

부시 행정부 출범 2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아시아 국가와는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의 남북관계 및 대미외교는 물론 국정운영과 민심관리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전통적인 한.미 공조체제를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양국간 현안들을 밀도있게 다루는 실질적인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

당장 한국.러시아 공동성명으로 한바탕 소란을 빚었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를 이번 기회에 좁혀야 한다.

다행히 이 문제는 미국이 우리에게 가부간의 즉답을 요구하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뜨거운 감자''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적 여론의 틀이 분명해질 때까지 우리정부로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한.미간 대북 인식차를 조율하는 일이다.

양국은 대북 포용정책의 불가피성 등 총론적인 면에선 견해를 같이 하고 있으나 각론에선 다소 차이점을 보여왔다.

한국은 적극적인 대북 포용 지원으로 변화를 유도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북한을 지속적 관찰과 검증이 필요한 정권으로 보고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단계별로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성공적인 서울 답방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실무차원에서의 공조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 문제가 주의제이긴 하지만 경제 통상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미 행정부 내에 보호무역에 대한 경계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 비추어 한국에 보다 투명한 시장개방과 경쟁을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한국의 경제개혁이 궁극적으로는 시장개방과 경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임을 미국측에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자칫 위기에 처할지도 모를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확실한 공조와 실질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자리가 돼야 한다.

사소한 인식차이나 감정차이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