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하필 우리 학교를 지원하십니까?"

MBA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인터뷰를 할 때 지원자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질문이다.

인터뷰용으로야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을 준비해왔지만 사실 "랭킹이 높아서"라는 게 솔직한 답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말을 인터뷰에서 하는 건 바보짓이다.

하지만 "랭킹"을 무시할 수 없는게 비즈니스스쿨의 현실이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는 매 2년마다,US뉴스는 해마다 MBA프로그램을 포함한 비즈니스스쿨 랭킹을 매겨 발표한다.

기업들도 순위에 입각해 학교와 졸업생들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교엔 경쟁적으로 찾아가지만 일부 학교엔 취업 인터뷰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니 학생들은 평판이 높은 학교에 몰리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US뉴스의 지난해 "톱 비즈니스 스쿨" 랭킹조사에 따르면 미국 톱 10의 경우 졸업 후 첫해 기본연봉 및 보너스가 평균 연 9만3천-10만6천달러에 달했다.

톱 20으로 내려오면 8만5천-9만7천달러대로 떨어지고 톱30은 다시 7만6천-8만8천달러대로 내려간다.

학교밖에서 매기는 랭킹에 따라 시장가격이 정해지는 셈이다.

우리나라 지원자들에게 "이왕이면 톱스쿨에 가라"고 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까지 날아와 MBA들을 채용하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주한 외국기업 포함)아무래도 더 선별적일 수 밖에 없다.

지역적으로 외진 곳에 있거나 순위가 그리 높지 않은 학교엔 잘 찾아가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이니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 순서대로 모든 학교에 지원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경영대학원에 지원하는 인원은 일년에 약 5천명 정도(JCMBA집계).

이 가운데 4백-5백명이 진학하고 다시 그 가운데 1백여명 정도만이 미국이나 유럽의 소위 "톱스쿨"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사람끼리만 볼 때 지원자 50명 가운데 한 명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왕 MBA를 준비한다면 그래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시험도 보고 에세이도 써야 한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에,내년이 안되면 후년에 다시 하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물론 목표에 따라 굳이 톱스쿨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만한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면 순위에 얽매일 필요는 전혀 없다.

사업을 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혹은 외국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계획인 이들은 선택의 폭이 넓다.

전체적으로 봐선 톱스쿨에 들지 않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톱스쿨 못지 않은 평판을 가진 학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US뉴스의 조사결과를 예로 들면 전체 순위가 각각 16위와 48위인인 텍사스주립대학과 일리노이주립대학은 회계학 분야에서는 미국내 비즈니스스쿨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순위 19위인 카네기멜론대학은 경영정보시스템(MIS) 생산관리, 계량분석 등 3개 부분에서는 모두 2위에 올라있다.

이밖에 국제비즈니스의 경우 선더버드대학원과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이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와 정보통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미국 동부의 톱스쿨 보다는 다소 순위가 떨어지더라도 실리콘밸리 근처의 학교에 관심을 둘 수도 있다.

여기다 아예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식들을 공부시킬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물가가 싼 주를 택해 그곳 주립대학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비용이 사립대학에 비해 훨씬 적게 드는데다 주립대학인 만큼 그 지역에 취직할 기회가 적지 않다.

MBA는 거액의 돈과 2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가는 투자다.

그것을 보전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길은 "이왕이면 톱스쿨"이다.

톱스쿨이 아니어도 길은 많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과 굳은 각오를 요구한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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