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의 막이 올랐다.

이번 주총은 외환위기 이후 3년여의 기업개혁 작업을 총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문제를 놓고 참여연대측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연중 내내 자금난을 겪어 왔던 현대그룹, IMT2000 사업참여 문제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LG그룹의 주총은 비상한 주목을 받고도 있다.

경영실적을 확인하고 새 경영진을 선임하며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는 등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 주총이 갖는 중요성은 두번 강조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그동안의 기업개혁이 어떤 구체적인 결실로 나타날 것인지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상법과 증권거래법이 몇차례씩 개정되면서 소액 주주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기관투자가의 투표권이 회복되는 등 의사결정 방법과 절차가 크게 개선된 것이 과연 주총을 민주적이고도 생산적인 절차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인지 주목하게 된다는 말이다.

몇가지 우려스런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사외이사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아예 등기이사수를 줄이는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그런 대목의 하나다.

사외이사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기업측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보겠지만 인재풀도 마땅찮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요구하는 소액주주측의 주장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투명성도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 기업을 사회적 감시의 대상으로 간주해온 것은 아닌지, 그동안의 지배구조 개혁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을 견제와 균형을 축으로 하는 정치적 개념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이번 주총에서 어느 정도 헤아릴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1백여개 회사가 주총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데서 보듯이 결산회계와 감사보고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 역시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분식회계를 전기수정손익으로 모두 떨어버리자는 일부의 견해와 아직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당국 내부의 논란은 기업 개혁의 성과를 아직은 미완의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 관계 당국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어떻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주총이 소액주주와 대주주, 경영자와 주주들 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소모적인 주총이 되지 않도록 이해 관계자들 모두의 자기절제와 책임의식이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