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 서울대 통계학 교수.자연과학대학장 >

무역흑자는 줄어들고,원화 가치는 폭락하며, 주식시장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기업·금융 구조조정은 미완성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20세기 후반은 ''기술의 미국, 품질의 일본, 가격의 한국''이었다.

70,80년대 우리는 ''싼 가격''으로 수출을 늘려 경제부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새 천년 초기에는 ''기술의 일본,품질의 한국, 가격의 중국''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고, 궁극적으로는 ''품질한국+기술한국''을 이룩하는 것만이 우리나라를 부흥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3C(변화:Change, 고객중심:Customer-oriented, 품질경쟁:Competition in Quality)의 시대다.

이 시기는 변화의 시대이고, e비즈니스의 팽창과 함께 고객중심의 시대로, 힘의 이동(power shift)이 일어나며 품질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다.

1930년대 미국에서 발표된 품질관리(QC)가 통계적 품질관리(SQC)로 발전되고, 다시 1960년대 이후 전사적 품질관리(TQC)로 발전했는데,특히 일본이 이를 적극 도입, 발전시켜 품질고급화를 이루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1980년대 TQC의 개념은 신상품개발에 관한 시스템.방법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국제 무역환경이 급격하게 변화, TQC 개념으로는 한계를 노출시키는 여러 분야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품질경영(QM)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나아가 6시그마(Six Sigma)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QM의 새 과제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아래 독창적인 신상품개발 프로세스 및 과학적 관리 시스템의 정착과 직결되는 것이다.

6시그마는 불량률을 3.4ppm(백만개중 3.4개) 이하로 관리하자는 야심찬 품질경영전략이다.

우리나라는 품질관리 태동기인 1960년대에 검사위주의 QC활동, 도입기인 70년대 현장위주의 QC활동, 발전기인 80년대 TQC 체제를 거쳐 90년대 QM 체제를 도입했다.

품질경영운동의 핵심은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품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적기에 공급하고,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것이 기업의 ''품질경영''이다.

정부로서는 국민이 고객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실행해 신뢰를 얻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국가적 품질경영''이다.

대학으로서는 사회가 고객으로, 사회에서 맡긴 학생들을 질 높은 교육을 시켜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것이 ''대학의 품질경영''이다.

조직감량.한계사업정리 등 감량경영(down-sizing) 전략은 대량감원 물가상승 사회불안 정치불안 등의 연쇄작용이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장개척 등 도전적인 확장경영(up-sizing) 전략이 필요하다.

즉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을 과감히 펼칠 때다.

무공과 무협에 따르면 미국 EU 일본 등 3대 수출권에서의 한국상품 경쟁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주력상품없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수출하다가 중국과 동남아산에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얼굴없는 OEM 수출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독창적인 전략상품을 시급히 개발해야 할 시기다.

예를 들면 일본 소니의 워크맨, 닌텐도의 패미콘, 미국 3M의 포스트잇(post it),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95처럼 독창적 상품을 개발해야 세계 일류기업이 되고 국부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도 이러한 품질경영이나 6시그마 같은 과학적 관리시스템을 도입,모든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품질한국'' 건설에 매진할 때 국가경쟁력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품질경영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국민이 품질을 생활화하는 품질문화가 구축돼야 ''품질 한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