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법화(法貨·legal tender)로서 유로화 통용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유로화 도입은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출범 3년째를 맞는 유로랜드 경제는 3%대의 성장세를 지속,올들어 침체를 보이고 있는 미국·일본경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때 0.80달러대까지 떨어져 2류 통화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던 유로화도 최근에는 0.91달러대로 회복,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태다.

유로화 도입 이후 예상과 달리 긍정적 효과가 많이 나타남에 따라 올해초에는 그리스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맞았다.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영국 스웨덴 덴마크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유로랜드에 가입할 의사를 비추고 있다.

남아 있는 유로화 일정을 보면 내년 1월부터는 일상생활에서 유로화가 사용되고 3월에는 공식적인 화폐로서 유로화만 인정되게 된다.

이로써 옛 유럽의 영광을 되찾자는 20세기초 자유사상가들의 제안 이후 57년 로마조약을 첫걸음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유럽통합작업이 일단락되는 셈이다.

앞으로 유로랜드는 현재 EU가입 협상중인 폴란드 체코 헝가리도 편입시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 후 러시아 일부 지역,북부 아프리카로 유로랜드의 권역이 확대되면서 범(汎)유럽경제권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랜드의 성공은 21세기 세계경제질서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그 중에서 지역주의 움직임과 공동화폐 도입 논의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역주의 움직임은 유럽경제권 북미경제권 아시아경제권간 ''3대 광역경제권''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는 3대 경제권간 협조와 갈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대 경제권간에 협조가 강조될 때에는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성장국면에 놓이게 된다.

반면 3대 경제권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질서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 달러화와 갈수록 중심통화로 부각될 유로화,현재 공동 연구가 진행중인 아시아 단일통화간 ''3극(極) 통화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기존의 엔화,위안화보다는 새로운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다.

아시아 지역에 단일통화가 도입될 경우 유로화 경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 전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AMS)에 의해 각국간 통화가치를 일정범위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경제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단일통화를 우선적으로 도입·확대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3극 통화체제가 도입될 경우 환율제도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간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북미경제권과 유럽경제권간 경제여건을 감안해 ''1유로=1달러''의 중심환율과 상하 10%의 변동폭이 설정될 경우 달러·유로환율은 0.9∼1.1달러 범위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공식화폐로서 유로화 통용을 1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유럽지역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질서,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와 국내기업은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