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때면 노래방을 즐겨찾던 K씨는 기존의 노래방 운영 형식이 너무 단조롭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 경험이 있던 그는 새로운 형태의 노래방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개하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하고 1998년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그가 모델로 삼은 것은 한 방송국의 노래자랑 프로그램.

노래자랑 방식을 도입한다면 새 형태의 노래방 사업을 창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섰다.

우선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기로 했다.

각 지역별로 가맹점을 모집하고 본부가 가맹점을 연계해서 화상을 통해 전국 노래자랑대회도 열 계획이었다.

지역별 실시간 노래자랑까지 벌이기 위해서는 먼저 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관련 분야의 전문업체에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

노래자랑방을 대변하는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어느정도 사업이 구체화될 무렵 문제점이 하나 둘씩 불거져 나왔다.

첫째 기대했던 동화상 전달 시스템이 어렵게 됐다.

당시만 해도 통신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음성은 곧바로 전달됐지만 동영상은 전달 속도가 늦어 화면이 거의 정지된 형태로 나오면서 실시간 대결이 불가능했다.

둘째 초기에 투자비를 회수하겠다는 욕심에 가맹점의 투자비를 너무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예비 창업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셋째 어렵사리 1호점을 오픈했지만 야심차게 기획했던 지역간 대결이나 전국 대결은 불가능해 노래자랑방 사업의 특징을 살릴 수 없었다.

자연 고객들은 "무늬만 노래자랑방"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넷째 자금부족으로 노래자랑을 한 후 푸짐한 선물을 준다는 등의 각종 이벤트 기획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결국 4개월 이상 끌다가 K씨는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K씨가 사업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우선 타깃이 불분명했다.

한때는 가족 단위 손님에 주력했다가 또 다시 가수지망생인 젊은층에 초점을 맞추는 등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정작 1호점은 모델숍을 만드는데 급급한 나머지 중장년층 고객을 타깃으로 전원지역에서 오픈해 사업 계획에 일관성이 없었다.

노래자랑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것도 문제였다.

공동 개발키로 한 업체의 기술력이나 당시의 통신망 실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가능하다는 식으로 창업자를 설득했다가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지못했다.

결론적으로 아이디어 차원의 사업구상을 철저한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마구 밀어붙인게 가장 큰 실패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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