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일 < 라이나생명보험 보험조사부장 >

때때로 언론매체나 소비자단체에서 소비자 위주, 소비자 본위 보험행정감독에 대해 ''이상적인 보험감독행정''이나 ''바람직한 소비자보호''를 하는 것처럼 보도한다.

소비자보호원이나 금융감독원은 공정한 보험사업감독 및 소비자보호를 통해 건전한 금융산업발전 및 소비자보호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그런 만큼 소비자보호기관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는 것이 아니라, ''엄정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한쪽에 보이지 않는 다수 선의의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급실무를 하다보면 소비자 중에는 소위 소비자라는 ''선의적''이고 ''피해자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험사기수법은 경미한 사고에, 과잉진단이나 허위진단 그리고 위장사고나 기존병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해 가려는 등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 발표된 보험개발원 통계자료에 의하면 보험사기로 부당하게 유출되는 보험금은 한 해에 5천3백억원이 넘는다고 하며, 이는 보험회사의 구조조정 및 경영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보험사기범들의 특성은 소비자보호기관이나 보험감독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여 당당하게 보험금을 받아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감독기관이나 소비자보호기관 민원담당자는 ''민원인은 항상 선(善)이고 피해자이며 경제적 약자''라는 인식을 갖고 온정적으로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감독기관에서는 보험회사의 민원발생률을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경영평가율에 반영하겠다고 하여 보험사기 혐의건에 대해 보험회사의 적극적인 대응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감독기관이나 소비자보호기관의 처리기준이다.

소비자의 주장이 언제나 선이고 정의는 아니다.

소비자의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옳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비자보호기관은 소비자 주장의 정당성 유무를 올바르게 판단하여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옳고 그름의 판단은 소비자보호 담당자의 사견(私見)이나 자의적(恣意的)인 판단에 의해서는 안되며, 관련 전문지식과 우리국민의 공동의 약속인 법적인 기준과 판단에 따라야 한다.

보험회사의 돈은 보험회사의 사적(私的)인 재산이 아니다.

다수 선의의 가입자의 돈인 것이며, 보험회사는 이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

부당하게 보험회사의 돈이 인출되면 될수록, 보이지 않게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보험가입자에게 주는 배당금의 감소로 나타나며 보험사 경영부실의 한 원인이 된다.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으로 부당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이들 기관의 설립 목적에도 반한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일반인의 사회정의감에도 반한다.

결국 악의의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다수 선의의 가입자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감독이나 소비자보호는 ''보험회사는 언제나 악이고, 소비자는 언제나 선''이라는 시각이 아니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선의의 소비자인지를 선별하는 행정서비스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