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문화에서 나타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큰 차이는 ''손의 크기''다.

대다수 한국인들이 비싸고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정반대다.

일본인들로부터 선물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용물의 작고 수수함에 놀라게 된다.

접대와 식사문화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맞는 한국인들의 식탁에는 기름지고 맛있는 것이 수두룩하지만 일본인들의 식탁은 검소하고 알뜰하다.

양국간의 차이는 언론을 대하는 관료, 정치인들의 ''격''과 ''자세''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주한 일본특파원단과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한 말의 여부를 놓고 여야가 한바탕 언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만찬'' 그 자체다.

''폐쇄국가'' 일본에서 한국특파원들이 일본의 고위관료 정치인 기업총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면담 신청서를 오래 전에 보내고 사유를 기재해도 성사될까 말까한 경우가 태반이다.

외무성 과장급 공무원을 면담한 한 특파원은 "절차도 까다로운데다 여러명이 배석해 행여 말실수나 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외국 언론에는 말을 아끼려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서울 사정은 다르다.

일본언론에는 한국의 고위 정치지도자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꽤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의 인터뷰 기사와 신변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일본 언론인들의 역량이다.

자질이 뛰어나 ''성역''없는 취재활동을 통해 심도있는 정보를 건져 올리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한국측 취재원이 일본 언론을 너무 좋아해 말과 정보를 생각없이 흘리는 경우다.

일본 언론에 한국의 고급 정보가 쏟아지는 것이 전자에 의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정보의 역조현상이 한국내부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 고위관료들이 한국특파원을 모아놓고 만찬을 가졌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격의없는 대화는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서울의 지도자들은 말 실수와 과공비례(過恭非禮)를 생각해 볼 일이다.

서울의 일본특파원들의 만찬석상에서 한 말 때문에 정계원로들이 치고받는 모습은 멀리서 보기에도 씁쓸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