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3차년이 완료되면서 정부의 자가평가가 한창이다.

어떠한 성과도 비용이 들게 마련이며 지나간 역사는 돌이켜 비교할 대상을 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단정적인 평가는 누구에게도 금물이다.

구조조정과 실업자 문제는 상호 상극이 되는 이 시대의 양대 과제였다.

현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개혁보다는 실직대책에 두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미흡할지 모르나 생산적복지의 이름아래 사회안전망이 서둘러 정비됐다.

반면 정부는 법을 세우는 대신 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상황논리에 의거해 노동정책을 운영해 왔다.

98년의 현대중공업 노사사태에의 정부개입이 시금석이 돼 대규모 해고를 요구하는 기업개혁은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피하고,공적자금을 증가시켜 다 같이 나누어먹는 ''쉽고 큰 정부''의 길을 걸어 왔다고 하겠다.

그런데 작년말 대통령이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을 계기로 최근 개혁이 급류를 탈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해결이 미루어졌던 공공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꺼번에 진행된다면 노동부문의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해고과정에서 보았듯이 이것이 얼마나 사회적 갈등과 희생을 요구하는 과정일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해고되는 자들에게 할 말은 많다.

"정책과 기업이 잘못한 값을 왜 우리에게 씌우느냐. 다른 곳은 손 안대고 우리만 죽이느냐. 정부가 인수하라"고 외친다.

이들에게 정당한 대답을 주지 않는 한 저항은 계속되고 사회적 갈등은 커진다.

단순히 이들 뿐 아니라 농축수산의 부채를 짊어진 자, 부랑자와 저소득자, 구멍이 나는 연기금 등 정부의 정책실패가 불러온 희생자들이 모두 "우리도 공적자금을 먹고 살아보자"고 외친다.

진실로 과거의 사례는 구조개혁 과정이 얼마나 불공평했나를 보여준다.

중소기업이 무수히 도산하는 동안 유수 부실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지원은 계속됐고 지금도 엄청나게 쏟아부어지고 있다.

은행원이 둘 중 하나가 실직하는 동안 정부부서는 오히려 늘어나며 공무원은 잘리지 않았고, 지방정부는 사업을 마구 확대했다.

공기업은 개혁의 대열에서 빠졌다.

작년에는 공항면세점 입찰에 경쟁민간기업의 5배가 넘는 가격을 써내 상가낙찰을 받은 관광공사의 예가 방송됐다.

공사는 잉여인력 배치를 위한 상가확보에는 어떤 가격이라도 치른 뒤 뻔히 생길 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생각을 한 것이다.

이 공사의 사장은, 대다수의 공기업 사장이 그렇듯 전직 정치인이다.

정부는 부실의 책임자를 진실로 색출 응징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국민이 거부한 낙선자 퇴직관료들을 장관 대사 기타 공직에 임명해 왔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에게 "이제 네가 나갈 차례다"라고 한다면 누가 승복할 것인가.

나라도 안 참을 것이다.

전국시대 오기(吳起)는 종기를 앓는 병졸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졸의 어미가 소리 내어 울었다.

"지난해 오 장군이 그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주었습니다. 그 아비는 너무 감격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장군께서 이제 이 아이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필경 이 자식도 죽고 말 것입니다"

오기는 언제나 병졸과 똑같은 것을 먹고, 누울 때 자리를 깔지 않고, 행군할 때 수레에 타지 않고, 자기의 짐은 손수 짊어졌다.

청렴공평하며 오직 능력을 기준으로 인사기용을 했다.

이렇게 해서 오자(吳子)는 죽는 자리에까지 군사를 기꺼이 따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도세력의 진실한 동참의식이 없는 개혁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대통령은 모든 낙하산 인사를 거두고, 변명과 구색이 없는 부실책임자 인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가장 투명한 기준하에 공평히 진행하고, 특히 정부와 공기업의 개혁부터 솔선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해고되는 자의 마음은 10%도 위로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