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탑골공원 자리는 본래 고려의 흥복사(興福寺)터였다.

조선의 세조는 이곳에 1464년 원각사(圓覺寺)를 지은뒤 흰 대리석으로 10층석탑을 쌓았다.

풍류군주 연산군 때는 폐사돼 장악원 연방원이라는 기생방으로 쓰이다가 불교를 배척했던 중종이 1514년 건물까지 헐면서 폐허가 돼버렸다.

사찰건물이 헐린 뒤 원각사비와 10층탑만 남아있던 이 폐허에 언제 파고다공원이 개설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단지 불확실한 ''경성부사''를 근거로 "파고다공원은 1897년 탁지부 고문이던 영국인 존 브라운의 건의에 따라 이 땅에 조성된 최초의 공원"이란 설 만이 전해왔다.

그러나 근래에 1897년은 이미 브라운이 해고당한 뒤고 한국 최초의 공원은 1889~1890년 개설된 인천의 만국공원(자유공원)임이 밝혀져 파고다공원은 1885년이나 1886년에 개설됐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파고다라는 이름도 ''탑이 있는 공원''의 뜻이란 설과 ''백탑(Pagtap)''의 음역이란 설이 있다.

아무튼 이 공원은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봉화의 불이 붙여진 유서깊은 3·1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독립과 자주정신이 강조돼 명칭도 1992년부터 탑골공원으로 바꿨다.

''보훈의 해''여서인지 모르지만,틀에 박힌 짤막한 기념식이 고작이었던 예년과는 달리 금년 3·1절은 기념행사가 풍성해 보인다.

전국 33개지역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지하철 전동차도 태극기를 달고 운행한다는 소식이다.

평양에서는 남북한 역사학자 학술회의가 열린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대회도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가 벼르기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탑골공원 성역화 공사에 착수한 것이 단연 눈에 띈다.

이제야 정부도 3·1운동과 그 발상지인 탑골공원의 역사적 중요성을 깨달은 것일까.

세월이 지나면 일본이 다시 ''탑골공원 정비도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한 덕분''이라고 내세울 것같아 떨떠름하기는 해도 탑골공원 정비는 오래전에 우리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