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 문화산업지원센터 부장 >


2001년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어느 부분 못지 않게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하청 제작 물량의 감소가 업계의 위상을 뒤흔들고 있다.

이는 가장 큰 주문자인 미국의 기획제작사가 애니메이션의 물량을 줄인 것과 베트남 중국에 이어 인도 등 후발 국가의 도전이 거세진 데 이유가 있다.

국내 제작사들은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디지털 제작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본격적인 자체 작품의 기획과 제작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국내 네티즌의 증가,위성방송시대 출범 등 영상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영상관련 제작사에 본격 투자하자 국내 창작 프로젝트 수는 1백여개에 이르게 됐다.

지난해 가을 해외 프로그램 견본시장에 자사의 프로젝트로 참가한 국내업체들이 20여개에 이르자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과잉투자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0분물 TV시리즈 26편의 경우 최소 3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제작비와 그 기획인력을 어떻게 확보,진행할 수 있겠으며 더욱이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방안도 없이 무조건 덤비는 것은 무모한 짓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충분한 제작비가 확보되지 못하자 기획자들은 해외의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애써왔으며 그러한 결과가 일부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국내투자자 유치를 위한 "언론 홍보용"의 성격이 짙다는 점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만연될 경우 한국 애니메이션은 알맹이 없는 프로젝트만의 집합처로 인식되어 국내외 투자자들의 경멸을 받을 우려가 있다.

셀 애니메이션이 치열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는 동안 CF의 영상편집작업을 위주로 진행해 왔던 3D애니메이션은 네티즌의 폭발적인 증가,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은 인력들의 도전적인 자세로 장편영화와 TV시리즈 부분까지 진입하고 있다.

3D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에 있어 비교적 우월한 분야이므로 세계 애니메이션의 틈새시장을 노려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의 마케팅 전문가들과 결합,체계적으로 시장에 접근해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를 1백으로 볼 때 미국은 60,전 유럽과 일본이 35,그리고 기타 지역의 합계가 약 5정도로 계산된다.

단적으로 미국 시장을 외면한 제작은 투자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의 10대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경쟁이 비교적 약한 틈새-교육용 소품이나 비디오 시장,멀티 미디어 콘텐츠 시장 등을 겨냥한 작품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케이블TV나 비디오 사업으로부터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2월 미국 프로그램 견본시장인 NATPE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다할 만한 해외배급판로가 아직 형성되어있지 않아 외국인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을 접해봤던 이들의 대부분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개선되어야 할 점은 많으나 효과적인 해외 홍보마케팅과 외국 전문가의 컨설팅 등이 도입된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것 역시 프로젝트 베이스로 이루어지는 관련기관의 지원과 함께 제작자의 의지와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sanggill@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