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 값싼 동남아산 의류가 봇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유통중인 동남아산 의류가 동·남대문 전체의 30%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가 본격 가라앉기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 동남아 반입량이 예년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패션메카''로 통하는 동·남대문시장이 중국 베트남 등의 판매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이대로 가다가는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동·남대문 의류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소 김양희 박사의 지적이다.

◇동남아산이 판을 친다=동·남대문시장에서 판매중인 면바지의 80%이상이 중국산이다.

면티 남방 스웨터 액세서리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산이 차지하고 있다.

기술수준이 낮고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의 경우 외국산이 국산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수입품목과 수입선도 다양해지고 있다.

면바지 남방 스웨터등 ''단품류''에서 오리털파카 스키복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수입선도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으로 넓혀졌다.

지난 겨울 동대문 도매시장에서는 베트남제 스키복과 오리털점퍼가 인기를 끌었다.

동남아산을 파는 상가도 크게 늘고 있다.

2∼3년전만 해도 이들 상품은 청평화시장등 땡(재고상품판매)처리 상가에서 취급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도매상가를 비롯 밀리오레 두산타워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기준) 중국에서 수입된 의류는 1조1천억원으로 99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중 베트남산은 1백7% 증가한 4백80억원에 이르렀다.

"이들의 대부분이 동·남대문시장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온 물량까지 합친다면 수입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무역협회 고동철 소장의 설명이다.

◇동남아산이 몰려들고 있는 이유=동남아산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중국과 베트남의 임가공비는 한국의 7∼9% 수준에 불과하다.

운송비를 감안하더라도 원가가 국내의 3분의 1 수준이다.

후아유 지오다노 등 저가 브랜드의 부상도 동남아산의 유입을 촉발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이들 업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생산한 뒤 거꾸로 이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값싼 외제품의 공세로 재래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노꼬레의 이종수 기획실장은 "동·남대문시장의 장점은 패션상품의 기획(디자인)생산 판매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값싼 외제품 때문에 자체 생산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산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재래시장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자인 차별화와 품질 고급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