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 LG-OTIS 사장 bob.jang@otis.co.kr >

길거리를 가다 보면 교통질서를 지키자고 호소하는 슬로건을 많이 볼 수 있다.

''도시는 선이다''라고 점잖게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있는가 하면 ''한 발 먼저 가려다 황천길 먼저 간다''라는 직설적인 문구도 눈에 띈다.

아마 이런 구호나 슬로건의 다양성은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이런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앞에서도 차를 세우고 서로 삿대질을 하며 험구를 쏟아내는 장면을 종종 본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율과 산업재해율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지 오래다.

몇주전 외국인이 기고한 ''한국 노동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제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인들의 몸에 밴 ''기본을 무시하는 문화''를 꼬집는 내용이다.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기고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에서는 정부의 정책이나 법이 일관성없이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기본이 되어야 할 법과 질서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일제시대의 생활에서 기인하는 저항문화라고 했다.

즉 법이나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은 적이나 배신자로 따돌림받는 반면 질서를 어기고 저항하는 모습이 용기있고 정의로운 행동으로 비쳐지던 시절의 경험이 아직도 한국인들의 마음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법과 질서를 외치는 정치·사회 지도층의 비리가 수시로 불거져 나오는 마당에 국민들의 법질서 의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부터 기본에 충실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먼저 초등학교 신입생 시절로 돌아가 ''빨간불이면 선다''라는 기본질서 지키기운동을 제안한다.

교통 신호등은 물론 법과 규칙,나아가 도덕과 양심의 빨간불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