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달 착륙"으로 비유되는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된 후 전세계 생명공학계가 크게 충격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생명공학계에서 기정 사실화해왔던 일부 학설을 완전히 뒤엎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용은 인간 유전자수가 2만6천~4만개에 불과하다는 사실.

미국 영국 등 6개국 공동 연구팀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는 인간 유전자를 3만~4만개,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셀레라지노믹스는 2만6천~3만9천개로 각각 추정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모두 인간 유전자가 3만5천개보다 적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생명공학계 등이 추정해온 10만여개의 절반이 안될 뿐 아니라 하등생물인 초파리(1만3천개)에 비해 불과 2~3배 많은 숫자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핵심 단백질을 형성하고 이것이 질병 등에 직접 연관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유전자의 복합작용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생성하고 또 하나의 질병으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관련,생명공학계 한쪽에서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HGP 프랑스 연구팀의 베아트리체 르노 박사도 "애초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유전자가 훨씬 적다"며 놀라움을 표시한 뒤 "인간 유전자 기능이 다른 생물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의 신체에서 여성에 비해 유전 변이가 두배 정도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도 대단한 성과로 꼽힌다.

HGP연구팀은 "이는 남성 신체에 있는 유전자의 활발한 변이가 진화를 촉진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로인해 더많은 유전질병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 DNA의 1~1.5%만이 단백질을 생산하는 암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당초 과학자들이 예상한 것은 3~5% 수준이었다.

아울러 2백개 가량의 인간 유전자는 박테리아에 의해 인간의 조상인 초기 척추동물에 삽입된 유전자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생명공학계를 놀라게 했다.

또 모든 인간의 유전자 암호는 99%가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극렬 인종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흑인 백인 황인종 등 인종별로 유전자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학계는 해석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