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석 <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게놈 지도가 완성됨에 따라 인류는 생명의 비밀에 바싹 다가서게 됐다.

이런 기념비적인 성과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놈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

당시 암 정복을 위해서 인체의 전 게놈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간에 논란이 있었다.

당시 기술로 인체의 게놈을 해석하는 일은 1백년 이상의 연구 기간과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1990년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인체 게놈 컨소시엄(HUGO)"이 구성됐고 2005년까지 인체 게놈을 완전 해독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컨소시엄의 전략은 먼저 완벽한 물리적 지도를 작성한 뒤 이를 축으로 염기배열을 밝힌다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소의 연구비로 정확한 게놈 구조를 밝히는데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95년 컨소시엄은 그 첫번째 성과로서 YAC클론을 이용한 인체 게놈 지도를 완성시키고 염기배열의 해독을 위해 보다 정밀한 물리적 게놈지도(BAC 혹은 PAC클론지도/RH 지도) 작성에 착수했다.

3년 뒤 미국 벤처기업인 셀레라지노믹스사는 종전의 염기서열기결정기계(시퀀서)보다 수십배 빠르고 저가의 경비로 염기서열을 결정할 수 있는 시퀀서(96-캬피라리시스템)를 개발,"3년이내(2001년까지)에 인체게놈을 해독하고 이를 상업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전략은 컨소시엄의 방법과는 달리 일단 대량의 염기서열을 무작위로 결정한 뒤 미국 연방정부의 컴퓨터에 버금가는 대용량의 컴퓨터를 이용,염기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다.

셀레라사의 계획은 컨소시엄에 커다란 충격과 위기감을 줬다.

이에따라 99년 6월 컨소시엄은 버뮤다에서 회합을 갖고 당초 전략과 계획을 수정 발표했다(버뮤다 선언).

컨소시엄은 인체게놈이 상업화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사람 염색체 23쌍을 국가별로 명확히 할당,참여 국가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컨소시엄 데이터 뱅크(미국 NCBI,유럽 EMBL,일본 DDBJ)에 24시간 이내에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

또 프로젝트 완성시기를 2005년에서 2003년으로 앞당겼다.

필자가 속한 일본그룹은 사람의 11,18,21번 염색체를 연구 목표로 결정했다.

99년 중국을 컨소시엄 멤버로 참여시킴으로서 인체게놈 정보를 둘러싼 컨소시엄과 셀레라사 간의 경쟁은 가속화됐다.

99년 11월 화이자제약이 셀레라의 인체게놈 정보를 사용한다는 계약을 발표해 컨소시엄과 인류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한편 컨소시엄도 99년 12월 사람 염색체 22번의 해독 결과를,2000년 5월18일에는 필자가 속한 그룹과 독일 컨소시엄이 21번 염색체의 해독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2000년 6월 26일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인류가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지도"라고 극찬한 인체게놈 95% 완성 사실이 발표됐다.

이때 셀레라사도 99% 이상의 염기서열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그들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체게놈의 발표와 함께 백악관에서는 컨소시엄의 대표인 콜린스 박사,셀레라사의 벤터 박사 등 1백여명의 과학자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왓슨의 사회로 "인체게놈의 상용화와 공용화"에 관한 토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컨소시엄의 콜린스 박사는 셀레라사가 국제 콘소시엄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셀레라의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다.

또 2000년 말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열린 G7수뇌 회담에서는 인체게놈 정보의 특허에 관한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는데 게놈 염기서열은 특허로 인정될 수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됐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01년 2월 12일 컨소시엄과 셀레라사는 각각 인체게놈의 99%를 완성하고 그 청사진을 공표했다.

염기의 완벽한 순서가 밝혀지지 않은 부위가 수 천개 남아 있는 등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결과는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대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셀레라사는 완전 공개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컨소시엄과의 형평성을 유지했다.

컨소시엄은 향후 2년간에 걸쳐 완벽한 게놈 구조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소시엄의 노력은 인체게놈 정보의 상용화를 막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 게놈 정보는 단순한 염기서열에 관한 것으로서 유전자의 기능과 상업화는 별개의 문제다.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에 관해서는 특허가 인정되고 있다.

이를 목표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