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소비에트 유물을 세계 9위의 동제련업체로 탈바꿈시키다"

삼성물산은 지난 95년 6월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동제련업체 "카작무스(카작 코퍼 코퍼레이션의 러시아식 발음)"를 위탁경영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국영기업이었던 이 회사는 당시 파산직전의 거대한 고철덩어리에 불과했다.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각 연방공화국간 판매와 생산의 역할분담 고리가 끊어지면서 판로가 막혔다.

사회주의 해체이후 원자재와 생산기기 부품 구매에 천문학적 숫자의 ''리베이트''가 뒤따랐고 여기에는 러시아 마피아의 검은 거래가 자리잡았다.

공장 가동률은 낮아졌지만 정부의 경영 간섭은 끊이지 않았고 고질적인 부패 구조에 시달렸다.

◇''사회주의 정서'' 지우기=위탁 경영 초기 오랜 계획경제 체제아래 매년 생산량을 할당받아왔던 경영진은 목표 생산량도 산정하지 못했다.

삼성측은 경영 간부진에게 생산과 판매,이윤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종업원들의 의식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성과급도 지급했다.

지방 정부의 경영간섭과 부패고리도 걷어냈다.

대신 착실한 납세로 중앙정부로부터 안정된 지지기반을 유도,''국가 위험도''도 낮췄다.

지난해말 현재 카작무스의 고용인원은 95년보다 2배 늘어난 6만여명으로 카자흐스탄 전체 고용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카작무스가 내는 세금은 이 나라 전체 재정수입중 4%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가 넘는다.

◇초기에 2억5천만달러 쏟아부어=노후화된 생산 설비도 완전교체했다.

1천6백여대의 컴퓨터를 구입,생산 및 원부자재 조달,회계시스템도 전산화시켰다.

경영 효율화 전략에 따라 발전소와 석탄광산을 추가로 인수했다.

동광산에서 발전소,제련소,완제품 공장까지 모든 생산공정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카작무스는 세계 최초로 일관 생산체제를 갖췄다.

위탁경영 초기 3년동안 이렇게 투자한 돈만 2억5천만달러.이 결과 t당 생산단가를 1천달러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전세계 1백10여개 동제련업체중 상위 5%내에 해당하는 수준.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안정된 판로를 확보하는데도 주력했다.

◇현지화에 주력=삼성물산이 이 회사의 경영을 맡을 당시 세계적 동제련업체인 영국의 그렌코(Grenco)사도 카작무스 인근에 위치한 바라시 동제련소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그렌코는 당시 단기적인 투자비 회수에 목적을 두고 직원들의 절반 가량을 해고시켰다.

지역 여론은 나빠졌고 주정부와 마찰도 생겼다.

반면 삼성물산은 사업초기 3만여 근로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6개월간 밀린 임금을 일시에 지급했다.

탁아소와 병원,학교 등 사회보장 시설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삼성물산을 ''점령군''으로 적대시하던 현지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 결과 카작무스는 단 2년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면서 지난해 말 현재 자산가치 30억달러의 세계 9위 동제련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생산량 40만t,매출액 7억7천3백만달러,세전이익 3억1천5백만달러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