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에서 주사제 문제로 혼란을 일으킨 것은 시민단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2일 밤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내용을 설명하던 보건복지부 국장이 23일 던진 말이다.

복지부가 지난 98년 처음으로 마련했던 의약분업안에는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켰는데 지난 99년 5월 시민단체가 의·약계의 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켰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듣기에 따라선 의약분업 정책은 시민단체가 입안하고 추진했으므로 국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지 복지부에는 책임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최선정 복지부장관의 발언과 보건복지정책이 따로 놀아난 것을 생각한다면 약사법 개정문제가 갈팡질팡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최 장관은 지난해 11월 의·약·정협의회에서 자신의 ''소신''이라며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곤 지난해 8월 취임한지 사흘만에 올려줬던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장관의 소신에 따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한 보건복지정책을 3개월만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의약분업의 대원칙은 주사제와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는 것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2일 확정한 약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6월부터 주사제를 의약분업 이전처럼 병·의원에서 직접 맞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주사제 이용이 그만큼 편해지는 대신 주사제 오·남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쪽''의 의약분업만 이뤄지게 된 셈이다.

결국은 국민들이 먹는 약의 의약분업만을 위해 연간 4조원 가까운 재정부담을 떠안게 된 꼴이다.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의약분업을 추진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며 세인들을 비꼰 적이 있다.

열악한 의보재정만을 쳐다보기에 급급한 복지부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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