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볼만한 패션특구가 어딥니까"

유명디자이너나 모델 등 최근 한국을 찾은 해외 패션 관련 인사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언뜻 떠오르는 곳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손색이 없는 대형 백화점,''루이비통''''조르지오아르마니''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청담동 거리….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 전문가들이라면 세련되고 고급스런 곳을 찾을 것으로 판단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틀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쇼핑객이 북적대는 동대문시장을 1순위로 꼽는다.

본인의 이름을 딴 향수를 홍보하기 위해 최근 서울에 온 슈퍼모델 나오미캠벨도 마찬가지였다.

패션계의 톱스타인 그가 빡빡한 일정에서 시간을 쪼개 달려간 곳은 바로 동대문시장이었다.

지난 19일 한밤중에 두산타워를 찾은 캠벨은 "놀랍다" "재미있다"를 연발하면서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그는 "한밤중에 거대한 쇼핑몰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패션잡지의 화보 촬영을 위해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이같은 심야쇼핑몰은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프랑스 사진작가는 한국의 패션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대형 백화점과 압구정동 등을 둘러봤다.

그러나 결국 동대문 시장을 소재로 골랐다.

동대문 쇼핑몰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역동적인 피사체였다는것이다.

"매장에 내걸린 제품의 디자인이 파리나 밀라노에 비해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옷을 진열하는 디스플레이도 신선하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갭(GAP)관계자는 쇼핑몰 매장마다 가득차있는 상품을 보고 "저것들이 다 팔리느냐"며 놀라워했다.

매장 사이의 동선을 정리하는 등 몇가지만 고치면 독특한 컨셉트의 패션특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남대문 쇼핑몰에 흠뻑 빠진 해외 패션인사는 수두룩하다.

이들을 매료시킨 것은 흔히들 꼽는 파격적인 가격이나 품질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동대문만의 ''독특한 패션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패션몰에는 백화점과 수입의류부틱 등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젊음의 역동성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을 패션관광특구로 키워나갈 때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