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하버드대,일본 도쿄대,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스쿨 오브 메디신,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등 간판급 기관들이 HUPO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게노믹스(genomics,유전체학)의 시대가 가고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직접 참가한 김웅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게놈연구센터 소장은 "단백질의 정복이야말로 생명현상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수단을 제공해 인간을 질병과 수명 등 생물학적 한계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단백질과 세포,생리,생명현상에 대한 진정한 생물학적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셀레라 지노믹스사도 "유전자 연구에 들였던 만큼의 노력과 투자를 단백질 연구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체의 비밀을 해독하는 핵심이 유전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에 있다는 주장이 유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인체의 모든 기능과 활동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동안 생명과학자들은 한 개의 유전자가 한 개의 단백질을 만드는 1대1의 관계가 있어 단백질은 유전자정보를 표현하는 실체에 불과한 것으로 상정했다.

유전자를 해독하기만 하면 단백질은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전자 지도가 모든 인체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인간게놈 프로젝트 결과 유전자가 당초 예상했던 10만개에 훨씬 못미치는 3만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같은 가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세포내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서로 합쳐지거나 분리돼 인체에 작용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단백질은 수십만종에 달해 이를 연구하는 데에만 대규모 자금과 인력이 소요될 전망이다.

프로테오믹스에 필요한 정보처리량은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1천배가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했다.

이번 프로테오믹스 컨소시엄은 인간게놈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국내 프로테오믹스 벤처기업인 프로테오젠의 이강신 기술기획팀장은 "기라성 같은 기관들이 참가한 것으로 볼 때 향후 포스트 게놈을 이 컨소시엄이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국내의 한 바이오 벤처업계 관계자는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프로테오믹스 컨소시엄에도 제외돼 선진국과 격차가 더욱 확대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